김연아, 프리스케이팅 출전 … 金 유력

'금메달 고지가 보인다' 7살 소녀가 처음 스케이트 부츠를 신으면서부터 꿈꿔왔던 '올림픽 금메달'의 소원이 마침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피겨퀸'은 언제나 침착하다. "금메달의 꿈이 이뤄지지 못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며 미소를 짓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하는 김연아(20·고려대)가 26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피겨 여제'의 자리에 도전한다.
김연아는 지난 24일 치러진 쇼트프로그램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78.50점)을 경신하며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73.78점)를 4.72점 차로 제치고 가볍게 선두로 나섰다.
무엇보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심판들로부터 최고의 수행점수(goe)를 끌어내면서 아사다와 점수 차를 벌렸고, 이런 자신감을 프리스케이팅 연기까지 이어가 금메달을 목에 걸 태세다.
김연아는 26일 오후 1시21분부터 4조 세 번째 연기자로 나서고, 이에 앞서 곽민정(수리고)은 오전 11시41분에 2조 여섯 번째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다.
또 금메달 경쟁에 뛰어든 아사다는 김연아의 연기에 이어 오후 1시29분부터 곧바로 연기를 펼친다.◇높은 가산점 '금빛 지름길'
김연아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일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실전 훈련에 집중해왔다.
하루 두 차례씩 3시간 동안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반복 훈련해온김연아는 마침내 실수 없는 '클린 프로그램'의 경지에 접어들었고, 금메달의 첫 관문인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으로 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의 수행점수(goe) 합계가 무려 9.8점이었다.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에서 얻었던 9.6점보다 0.2점 끌어올린 점수로 지난 2006-2007 시즌 처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역대 최고다.
반면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점)의 화려한 기술을 성공했지만 9명의 심판 가운데 6명만 가산점을 주면서 goe도 0.6점에 그쳤다.
김연아의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의 goe가 2.0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9점의 차이가 벌어진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화려한 goe 퍼레이드'만 보더라도 심판들 역시 김연아의 실력을 인정하는 만큼 프리스케이팅 역시 7개 점프과제에서 최상의 goe만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자신이 세운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10.03점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쇼트 최고점 '부담감 탈출'
김연아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을 세웠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총 7개의 점프 과제 가운데 3개의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플립, 트리플 러츠)에서 goe가 감점으로 바뀌고,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6.3점)의 goe는 '0'였다. 부담감이 문제였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점수에 대한 부담과 체력저하로 긴장이 많이 됐다"라며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값진 경험을 했던 김연아는 그로부터 2개월이 흘르고 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상황은 엇비슷해도 김연아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김연아는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 챔피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라며 "금메달을 꿈꿔왔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올림픽도 다른 국제대회와 다를 게 없다"라며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강심장'에 '느긋함'까지 겸비한 김연아의 금메달이 뚜렷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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