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수감자 처리' 입장전환 주목 韓 독자 접촉 여부에도 관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지 12일째인 30일 현재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석방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 수감자'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조율이 최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29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조속한 사태해결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문제에 유연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 터여서 아프간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아프간 정부측이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간 면담 결과를 토대로 이날중 탈레반측과 다시 접촉을 갖고 인질 석방 교섭을 본격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측이 전날 한국시간 3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정오)을 새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데 대해 시한을 이틀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탈레반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협상시한이 경과한 이날 오후 현재까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구체적인 입장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afp는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와 아프간 정부 협상단측이모두 전화를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디는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29일 오후부터 탈레반과접촉을 갖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 시한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측 협상 연장 요청을 거절했다.

또 아프간 정부협상단의 일원인 가즈니주 출신 국회의원 마흐무디 가일라니는 탈레반이 여성인질 선(先)석방 제안도 거부했다면서 "협상이 현재로서는 진전이 없으며 아마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탈레반측은 앞선 협상에서 아프간 정부가 '인질-수감자 교환'에 소극적으로 나와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인질 중 '일부'를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고수했다.

탈레반 측은 지난 28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인질과 탈레반 동료 수감자들을 2, 3차례에 걸쳐 맞교환하는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석방안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날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합의를 도달할 지는 불투명해 이번 교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2명의 한국 인질 가운데 여성을 우선 석방하는 방안이 한국과 아프간 정부, 그리고 석방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아프간 지방 원로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하지만 탈레반측이 아프간 군 당국의 군사작전 가능성을 우려해 여성인질을 먼저 석방하는 방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석방교섭이 답보를 거듭할 경우 현지에 고위당국자들을 파견한 우리 정부가 독자적 채널을 통해 탈레반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백 특사는 전날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아프간 정부의 후속 대책과 탈레반측의 반응 등을 지켜본 뒤 필요할 경우 아프간 정부 당국자와 추가 협의를 하고 주중 귀국할 방침인 것으로알려졌다.

정부는 또 아프간측이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전개할 경우 반드시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질들의 건강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즈니 주정부는 탈레반을 통해 피랍자들에게 의약품과 생필품 공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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