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근본 '義'

▲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바람이 제법 부드럽다. 어느덧 풋풋한 봄기운에 발걸음도 가볍다.

3월의 새 학기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설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새순이 돋아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인생의 출발점과 같이 느껴져서 새로운 것들을 꿈꾸게 한다. 인생이나 학년이나 모든 것은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들도 새 학년을 처음 맡으면 첫날부터 아이들의 올바른 습관형성부터 철저히 지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흩으러진다.

성현들은 우리네 인생을 가리켜 건축자라고 했다. 건축을 지을 때도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가 시작될 때 처음으로 서울의 와우 아파트가 지어졌다. 그러나 준공된 지 석 달 만에 무너져 33명이 사망했고 38명이 다치는 등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가져왔다.

사건 이후 정밀 안전 진단을 실시한 결과 기초가 부실했다는 판명이 나왔다. 외관상 아무리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고, 쓸모 있어 보여도 기초가 잘못되면 쉽게 붕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인생에서 삶의 기초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옛 사람들은 '의'를 나라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의란 공정, 정직, 인권존중, 평등사상 등을 의미한다. 의가 없으면 터전이 흔들리는 집과 같아서 그 집이 무너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아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곧 무너질 것이 틀림없다는 것은 부정과 불법, 착취와 악행이 마음대로 자행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공의와 정직의 헌신적인 터가 되어야 건전하고 안전한 인격을 행사할 수 있듯 공평하고, 정직하고, 진실할 줄 아는 그 기초 위에서만이 인간의 됨됨이가 형성될 것이다.

국가나 사회의 기초도 '의'이어야 하지만 개인의 인격적 기초도 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새 학기를 시작하는 미래의 동량들이 아름다운 학교생활로 공의와 정직의 시작에서 꿈의 나래를 펼치길 소망해 본다.

삶은 건물을 짓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러기에 시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초가 부실하면 건물이 그 기능을다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아이티 재난 중 부실 건물로 인한 막대한 피해도 기초가 약했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서의 기초(foundation)는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 인생은 사소한 것에도 무너진다. 유혹에 넘어가고 뜻하지 않는 문제에 낙심하기도 한다. 우리는 늘 삶의 기초를 점검하고 무너진 곳은 없는지 살펴서 다시 세우는데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좋은 분재를 만드는 데는 오랜 세월을 두고 분재자의 구상에 따라 연한 가지일 때에 틀을 잡아 줌으로써분재가 살아 있는 한 그 모형을 지니고 있게 된다. 그러나 다 자란 굳은 가지를 구부려 모형을 만들려고 한다면 부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날 우리는 부모님 앞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무릎을 꿇고 앉았으며 예의범절을 중요시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취학 자녀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모로부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자녀가 잘못 했을 때는 엄하게 꾸짖어 자신이 잘못했노라고 용서를 구하도록 하고 용서를 빌 때는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어야 하겠다.

'3대 부자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땀의 열매인 줄 모르기 때문에 쉽게 탕진한다는 뜻이다.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자식에게 올바른 생활관과 가치관을 심어주어 바르고 건강한 가정과 사회가 되도록 가꾸어 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훌륭한 건축을 위해서는 부지 선정은 물론, 설계를 잘 구안해야 하고 꿈을 심어 주듯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또한,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을 다해 성실시공을 한다면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탄생하리라.

새 학기의 시작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내공의 충실함으로 봄날 마른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듯 생명력이 넘치는 삶의 건축자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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