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한 법정(法頂)스님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몸을 맡긴 채 먼 길을 떠났다.

지난 11일 오후 1시51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스님의 법구는 13일 오전 스님의 출가 본사인 전남 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다비됐다.

법정스님의 이번 생 마지막 길을 지켜보려고 이날 송광사에는 아침 일찍부터 전국 각지의 불교신자와 스님 등 추모객 3만여 명이 몰렸고,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 언덕에 자리 잡은 다비장에도 1만5천여명이 운집했다.


전날 길상사를 떠나 송광사 문수전에서 밤을 지낸 법정스님의 법구가 이운되기 시작한 것은 이날 10시, 범종 소리와 함께였다.

법구는 길상사를 떠나던 모습 그대로 대나무 평상에 모셔진 채 가사를 덮은 상태였고, 대웅전 앞에서 부처님께 마지막 3배를 한 후 다비장으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일제히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 등을 염불하면서 법정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고, 다비장으로 향하는 거대한 행렬에 동참했다. 또 상당수 추모객은 일찍부터 다비장으로 모여들어 자리를 잡기도 했다.

학인 스님 8명이 조를 짜 교대해 이운한 법구는 송광사 주차장 입구에서 약 800m 산길을 올라 오전 11시께 다비장에 도착했다.


법구는 장작더미가 쌓인 인화대 위에 모셔진 후 다시 참나무로 덮였고, 이어 11시41분 스님 9명이 장작에 불을 붙이는 거화(炬火) 의식을 거행하면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맡겼다.

이날 법정스님의 법구를 이운하는 행사에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법흥스님,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 전국선원수좌회 전 대표 혜국스님 등 불교계의 큰스님과 중진스님이 대거 참석했다.

또 이계진,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 이강래, 서갑원 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계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14일 오전 10시까지 계속 다비된 후 타다 남은 뼈를 모으는 습골 의식을 거쳐 문도들에게 전달된다. 유골은 법정스님이 오래 머무르던 강원도 오두막, 송광사 불일암, 길상사 등지에 산골될 것으로 전해졌다./충청일보=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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