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휘몰아치던 날,서울 봉천동을 찾아가던 중 가슴이 훈훈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갯길에서 한 미화원 아저씨가 쓰레기 손수레를끌고 가는데 뒤에서 한 여학생이 끙끙거리며 밀어주고 있었다. 미화원 아저씨는 뒤돌아보며 "옷 버리면 학교도 못 갈라. 어서 가라." 라며 여학생을 걱정해주었다. 그들의 모습에 한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꽃향기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삶에서 진실이 배어나는 향기야말로 인간 본성의 아름다운 것이리라.

내가 있어 이웃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것이 참으로 보람이고 사람 사이의 향기이리라. 진실한 삶에서 내 마음속에 있는 에너지를 퍼 올려 뭇사람들을 포용하며 나누는 사랑이 그립다.

우리 주위에는 평범한 삶 속에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쩔쩔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한숨을 짓고 있었다. 지나가던 나도 안타깝긴 했지만, 선뜻 도움을 주기가 망설여졌다. 그런데 한 청년이 미소를 머금고 주저 없이 장애인을 번쩍 들어 안전한 장소로 옮겨주고 자기의 길을 총총히 갔다. 그러자 장애인은 고맙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를 보며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듯 삶 속에서 남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에 감사하며 미소를 보내는 이들을 보며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때로는 버스를 타게 되면 등에 아이를 업고 승차하는 주부와 노인 그리고 장애인을 보게 된다. 이때 재빨리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 아기 엄마가 젖가슴을 풀어 젖을 먹일 때 옆의 할머니가 슬며시 옷자락으로 가려 주는 따뜻한 배려를 지켜보면서 살아감의 희열을 얻는다.

이렇게 인간의 향기를 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며, 일찍이 철학자들이 '인간의 향기는 영혼에 유익한 영양을 주는 것으로 찬양했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간다고 한다. 이럴 때 일수록 각박해지면 각박해 질수록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어쩌면 바보같이 착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친절처럼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카네기 어머니가 겪은 이야기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카네기의 어머니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온 비를 피하려고 어느 상점 처마밑에 서 있었다. 그때 상점 안에 있던 아가씨가 나오더니 추운데 얼른 안으로 들어와 앉으시라고 하며, 비맞은 것을 닦으라고 수건도 건네며 아주 친절하게 대하였다.알지도 못하는 지나가는 노인에게 이렇게 친절한 아가씨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나중에 이 부인은 아가씨에게 아주 큰 일을 맡겼다고 한다. 아가씨는 친절이 몸에 밴 따스한 사람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 아가씨야말로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요즈음 사회는 선진사회, 아름다운 사회로 가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다.

서로 포용하며 배려하는 따스함이 아쉽다.

나도 어느새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었다. 나이에 걸맞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너그러움을 소망한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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