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계' 김현수(22.두산)가 또 진화했다.

지난 2년간 타율 0.357을 때리며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한 김현수가 올해도 정규리그가 개막하자마자 놀랄만한 방망이 솜씨를 뽐내고 있다.

이미 최정상급인 것으로 정평이 난 타격 기술이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더욱 정교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수가 가진 타격 능력의 잠재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번 타자..두 경기 타율 0.857
단 두 경기만으로 전체적인 타격 컨디션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프로야구 개막 후 두 경기에서 김현수가 보여준 타격 솜씨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27일 kia와 개막전에서는 상대 투수가 까다로운 아퀼리노 로페즈인 만큼 힘을 싣기보다는 철저하게 공을 맞히는 데 주력했다.

2, 5, 7회 힘들이지 않고 툭 밀어쳐 타구의 방향을 정했고 투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안타를 빚어냈다. 3회 우전 안타까지 포함해 4타수 4안타.

28일에는 3회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치는 등 타구가 조금 더 커졌다. 5회에는 타격 타이밍이 약간 늦었음에도 감각적으로 밀어 쳐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뽑아냈다.

4회 우익수에게 잡힌 타구도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맞힌 공이었다. 이틀 동안 7번 타구를 날렸는데 모두 잘 맞아 나갔고 그 가운데 6개가 안타가 됐다.

기가 눌린 kia 마운드는 결국 6회 김현수를 거르고 국내 대표 강타자인 김동주와 상대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부터 4번을 맡은 김현수는 "타자가 못 치는 공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번 시즌 200안타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일단 4번 타자로 제 몫을 해 내겠다"고 말했다.
◇공을 잘 따라가고 팔로스루가 시원
2006년 두산의 신고선수로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김현수는 데뷔 첫해에는 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99경기에서 타율 0.273을 때리며 가능성을 보였다.

2008년부터 타격에 완전히 눈을 떴다. 그해 타율 0.357로 타격왕에 올랐고 2008~2009년 동안 최다안타 부문을 2연패했다.

이번 시즌 두 경기를 지켜본 송재박 두산 타격 코치는 "현수는 워낙 맞히는 재주가 뛰어나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시즌 초반에는 무척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득점 기회에 자주 타석에 들어서다 보니 가볍게 맞히는데 치중했다. 이런 등의 이유로 장타가 아직 안 나왔는데 스스로 아직 타격 타이밍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풀 스윙을 해서 좋은 타구를 치면 완전히 궤도에 오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타격의 장점에 대해 "방망이가 공을 아주 잘 따라간다. 타구에 힘을 실을 줄 알고 뜻대로 타구를 보낸다. 타격 마지막까지 팔로스루를 시원하게 하는 게 장점이다. 또 페이스가 흐트러지더라도 스스로 추스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몸쪽 공에 대한 약점을 언급했다. "칠 때 투수 쪽으로 엉덩이와 오른쪽 어깨가 많이 돌아가다 보니 몸쪽 빠른 공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스프링캠프 동안 타격 자세를 수정하려고 했으나 타이밍을 제대로 찾지 못한 탓에 기존 자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감각만 잘 유지한다면 몸쪽 공 대처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야구 역사 새로 쓸 것"
김현수의 올해 나이는 불과 22세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 야구에 대한 열정, 재능 등을 고려하면 김현수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프로야구에는 이미 마땅한 적수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것. 국내 프로야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대 강타자들과도 비교되고 있다.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장효조, 이정훈, 김종모 등은 컨택 능력은 탁월했지만 파워는 다소 떨어졌고 김성한은 파워가 있었지만 전체 타율은 크게 높지 않았다. 홍현우가 최고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며 "하지만 김현수는 역대 다른 선수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다치지만 않는다면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율 0.393에 역대 최다안타(196개)를 친 1994년의 이종범과 비교했다. 이 위원은 "둘의 타격 테크닉은 비슷하지만 파워 면에서는 김현수가 오히려 낫다"며 "김현수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과 관련한 시즌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타격기술도 흠잡을 데가 없지만 정신력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어린 선수답지 않게 대단하다. 이번 시즌은 최고의 좌타자로서 한 획을 그을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효봉 mbc espn 해설위원도 "김현수의 정점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이승엽의 56홈런처럼 200안타, 타율 4할 등과 같은 힘든 목표를 세워놓고 팬 몰이를 하는 타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충청일보=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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