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설기를 지나온 길목따라 우리네의 선명한 발자국이 보인다.

새 봄을 알리려는 설중매가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요즘 여기저기서 힘찬 봄의 날개짓이 이어진다. 산도 물도 마음도 파릇이 새싹이 돋는 4월, 그 푸름름을 따라 또 다시 새길 하나 열리고 있다. 벚꽃이 벙글고 갤러리에서는 봄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야외무대에서는 군무가 펼쳐진다. 언 땅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겨우내 숨을 죽였던 새싹들이 돋아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제 사나운 바람도 잦아들어 부드럽게 스치운다. 옷 차림도 한결 가벼워져 움츠렸던 어깨를 펴 보니 발걸음도 한결 경쾌하다. 여느해에 비해 매섭고 혹독했던 지난 겨울탓에 봄이 아직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덧 봄은 우리곁에서 속삭이고 있는것이다.

요즘 6월 2일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야흐로 선거국면이다. 예비후보자들은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는 과정에서 많이 이용되는 홍보수단이 명함이다. 늘상 선거때마다 나오는 후보자들의 이구동성은 "지역일꾼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분들이 당선되어 "혼신의 노력"을 다했는지 모르지만 지역민들의 생활고는 답보인 상태다. 지역발전은 먼저 지역민들의 입에서 살기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지역민들을 위해서 일하거나 관여하는 살림꾼의 입에서"재직기간 동안 나는 이런저런일을 했고, ~를 유치했다는 것"으로는 지역민들의 힘겨움을 대변할 수 없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좇아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얼굴을 내미는 비정상적인 후보들이나, 카멜레온 같은 변신의 귀재들이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선택해달라고 외치는 모습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일일것이다. 기본 예의도 없고 염치가 없는 사람은 지도가가 되어서는 안된다. 뽑아서도 안되고 오히로 투표로 심판해야 할 일이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하여 오는 6.2지방선거는 반드시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지방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봄이 오는 길목처럼 고목등걸같이 마른 나뭇가지에 새 생명이 움트게 땀과 열정으로 불살라 주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이번 선거에도 4년 동안 지방 살림을 맡을 "억척스러운 살림꾼"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김정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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