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얼룩진 민선4기

6·2 지방선거가 하루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선거 전투'가 오늘로 종료된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에, 극심하게 쉬어 소리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목, 체력이 바닥나 피로에 찌든 후보자들의 얼굴에서 치열했던 선거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동안의 선거를 보면서 '이번 만은 다르겠지' 했던 바람이 '역시나'로 결론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변화를 기대했던 실낱같은 바람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시작 전부터 공천 문제로 곳곳서 잡음이 일더니, 공천 확정 뒤에는 불복해 무소속이나 당을 갈아탄 출마가 잇따랐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서는 비방·폭로전이 끊이지 않은 데다 금품 의혹 등 구태 선거전이 그대로 답습됐다. 어찌됐든 오늘로 종료되니, 보고·듣기 싫어도 하루만 참으면 된다.

비리로 얼룩진 민선4기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들은 지역 발전을 기대하며 표를 던졌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당진군수가 호화 별장을 뇌물로 받고, 10억원 대의 비자금을 내연녀를 통해 관리해 온 데다, 12억원이 넘는 아파트 대금까지 업자에게 대납시켰다. 그 것도 모자라 해외 도피를 위해 위조여권을 만들었고, 검거를 피하려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속 200km의 추격전도 벌어지게 만드는 등 '시정 잡배 만도 못한 단체장'을 뽑은 셈이 됐다. 옥천·보은군수도 선거를 앞두고 구속됐다. 상대적으로 죄질은 낮다지만 공정해야 할 인사에서 부하 직원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한 대가다. 그들 모두 이번 선거에 당 공천이 100%였고, 당선도 유력했던 인물들이니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한탄이 이해된다. 그들은 표를 몰아준 주민들에 대한 배신을 넘어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자일 뿐이다. 전국적으로 민선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비리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이 무려 94명으로 전체의 41%에 달한다고 한다. 때문에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단체장을 뽑은 지역 주민들은 모든 것을 차지하더라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단체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인·허가와 관련된 금품 수수 등 각종 비리로 인해 법정에 서거나 연수를 빙자한 '그릇된 해외 여행'으로 지탄받았던 의회도 호응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 것이 바로 우리 선거의 '현 주소'고,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자업자득'이다.

'깨끗한 후보' 선택해야

광역단체장·광역의원, 교육감·교육의원,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비례대표까지 선출하는 이번 지방선거가 사상 처음으로 여덟 가지 투표를 한꺼번에 한다. 기표를 여덟번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 같다. 간단치 않지만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저질·타락 정치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무관심'이 한 몫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지방선거'가 '총선'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고, 주민 생활에 직접 관련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광역·기초단체의 장과 지역 교육의 수장 교육감을 뽑는다. 그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원도 선출한다. 단체장이나 교육계 수장 선출은 한 명의 대표를 뽑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발전과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을 선택하는 것으로 그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광역·교육·기초의원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비평가 앙드레 지드가 '바른 선택을 하려면 그 하나 만을 볼 게 아니라 선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하다 못해 콩나물이나 두부를 살 때도 신선도를 꼼꼼히 따지는 데, 지역의 명운이 달린 투표를 대충할 수는 없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다가는 '돈'과 관련된 비리로 얼룩진 민선4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혼할 때 배우자를 선택하듯, 철저한 검증을 통해 모든 면에서 '깨끗한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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