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광역과 시 단위는 90일, 그리고 군 단위는 60일 앞서 등록할 수 있는 예비후보기간을 포함해서 세 달 남짓한 선거운동기간 내내 지켜보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았다. 지역과 나라를 위해 헌신? ·봉사하겠다는 수많은 인재들의 화려한 이력과 멋진 구호, 잘 생긴 얼굴이 담긴 커다란 현수막들을 거리 곳곳에서 만나면서 보낸 날들. 동문체육대회, 교회, 기타 모임에 찾아와 명함을 돌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겸손한 모습, tv토론에 나와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상대후보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벌이는 열띤 토론모습 모두 보기에 참 좋았다. 선거에 임박해서 하루 종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 후보와 운동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나와 율동을 하거나 손을 흔들거나 연신 머리를 숙이는 장면도 재미있다. 그렇다. 어릴 때 시골 장터에 후보와 정당들이 벌이던 치열한 유세전을 보러 다니며 느꼈던 재미를 이번 선거에서도 만끽했다, 비록 선거운동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란 결국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로서, 결국 우리의 대표를 뽑아 대신 다스리게 할 수 밖에 없을진대, 이렇게 많은 이들이 그 일을 자임하는 모습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선거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돌리고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를 누비는 모습이 참 좋다. 혹자는 이번 선거에서 1인 8표를 행사하는 바람에 후보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고, 또 '묻지마' 선거가 될 것이라 걱정한다. 또 선거가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고 많은 비용이 든다고 비판한다. 그래도 좋다. 민주주의 하자는데 비용도 좀 쓰고, 유권자로서는 후보자들의 됨됨이와 공약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그동안 후보자들이 참 많이 애썼다. 자신을 바쳐서 지역과 나라를 잘 이끌어 가겠다는 저들의 가상한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선택받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잘 열매 맺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고 또 많은 공약을 내걸었던 그 모습과 그 마음 그대로 선출된 뒤에도 뽑아준 유권자와 지역을 위해 헌신하길 기대한다. 요즘 정치인들은 중앙 정계이든 지방정계이든 과거처럼 군림하는 이들보다는 봉사하고 헌신하는 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 좋다. 비록 그 뒷쪽 일은 잘 모르지만.

그래, 선거는 축제다. 나를 대신해서 지역과 나라를 이끌어 갈 대표를 뽑는 아름다운 축제다. 이보다 더 유쾌하고 보람있는 축제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새봄과 더불어 시작되어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던 그 축제가 이제 막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과 나라를 위해 시민의 대표로서 일해 보겠다고 수많은 날들을 밤잠을 설치며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파김치가 되어 새까매진 얼굴에 쉰 목소리로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과 그 운동원들. 길거리 곳곳마다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한 표를 호소하는 저들의 진지한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열심에 감동받는다. 저런 열정이 있어야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 저런 열정이 있어야 정치인다운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이제 내일이면 당선자가 가려진다. 그동안의 땀과 노력에 대한 열매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모두다 뜻을 이룰 수는 없는 일. 승자는 겸손함으로, 그리고 패자는 그 헌신의 마음으로, 계속해서 지역과 나라를 위한 일에 힘써 주길 기대한다. 또 그동안 지지하는 사람이 달라 의견이 달랐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손잡으며 보듬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한 시대를 같이 해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이번 선거에서 패자(覇者)도 없고 패자(敗者)도 없을 것이라는 기사제목을 봤다. 그렇다. 모든 것을 휩쓰는 패자(覇者)도 없고 또 패배한 의미의 패자(敗者)도 없다. 후보자 모두가 승자다. 비록 뜻을 못 이루는 일이 있더라도 이제까지의 그 열심, 그 열정만으로도 그대들은 이미 모두 승자다.

▲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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