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 지도에서 광물자원 '보물찾기'

수십년 동안 관광객들 조차 잘 찾지 않던 벨기에 브뤼셀 변두리의 왕립 중앙아프리카박물관 지하가 요즘 광산업자들로 붐비고 있다.

오래 돼서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인 지도와 암석 등 과거 식민지시대에 벨기에가 콩고민주공화국(drc)을 지배하면서 조사하고 채취해 이곳에 보관하고 있는 유물들에서 광물자원 보물찾기를 하려는 행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국제적인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자원개발 열기가 높아지며서 민주콩고의 풍부한 구리와 코발트 등 광물자원 개발 가능성을 과거 식민지시대에 만들어진 지도 등을 통해 조사하려는 광산업자들이 이곳 박물관을 잇따라 찾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박물관을 찾은 광산업자들 중에는 호주의 bhp 빌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드 비어스, 프랑스의 아레바 등 굴지의 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 박물관이 이 같은 자료들을 갖고 있을 수 있는 것은 1908년까지 민주콩고를 지배했던 벨기에 왕 레오폴드 2세가 방대한 민주콩고의 구석구석을 조사토록 명령해 지도를 만들도록 한데서 비롯된다.

이후에도 수백만가지의 토양 표본이 채취됐고 수백만가지의 암석들이 모아졌다.

1940년에 벨기에 식민정부는 독일과의 전쟁에서 연합군을 도울 수 있는 자원들을 찾을 수 있도록 사설 광산업체들에게 자료들을 넘길 것을 명령했고, 수백만 톤의 구리 등이 미국으로 수송됐다. 여기에는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원료가 된 우라늄도 일부 포함됐다.

전쟁이 끝난뒤 이 자료들과 암석들은 벨기에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식민지시대의 지도에서 광물자원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광산업자들에게는 첨단 레이더나 음파탐지 기술로 광물을 찾는 것보다 훨씬 용이하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잠비아에 이르는 지도를 갖고 있는 영국지질연구소(bgs)의 경우 연간 1억600만달러에 달하는 수입의 절반 가량을 컨설팅으로 벌고 있기도 하다.

2년 전 bhp 빌튼은 민주콩고의 해안지대에서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가 대량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컴퓨터 지도 분석을 거쳐 개발에 나설만 하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벨기에인 자문관의 제안으로 이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찾은 지도에는 과거 벨기에 기술자들이 땅을 파고 토양 표본을 채취한 지점들이 200야드 마다 표시돼 있었고 보크사이트가 발견된 곳도 표기돼 있었다.

박물관에 보관된 토양 표본 등을 3주간 분석한 bhp 빌튼은 보크사이트의 양이 개발을 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bhp 빌튼이 이를 위해 박물관에 지불한 돈은 9천300달러 정도로 실제로 현지를 탐사했을 경우에 비해서는 푼돈에 불과했다.

bhp 빌튼의 해리 일투드 대변인은 "현지에서 땅을 뚫고 직접 탐사작업을 했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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