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도 곧이어 시작된다. 부모들은 방학이 되면 긴장하고, 자녀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물론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했으니 방학 중에는 쉬기도 해야겠지만,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아침 식사 시간에는 일어나지도 않고 한껏 게으름을 피워 봐주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어떻게 하면 게으름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낼 수 있을까? 어려운 취업의 그늘 아래서 학점과 스펙 쌓기에 구속되어 있는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아름다운 생각을 펼쳐보라 권하고 싶다. 현실세계로 들어서기 전에 나의 재능과 인생을 실험적으로 사회와 접촉해 보는 창의적인 삶을 향한 조언이다.

필자는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장점 10가지를 찾아보라는 과제를 준 적이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서너 개 정도의 장점만을 찾아낼 뿐 그 이상 찾아내는데 주저했다. 늘 미소 짓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사소한 자신의 특성들이 장점인가 의문해 볼 수 있겠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활짝 펼쳐보는데 소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학생들의 알찬 방학을 위해서 전문가들은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바로 학습증진(전공 및 외국어), 사회참여(아르바이트 및 인턴십 참여), 봉사활동 및 취미생활 함양이다. 학습증진과 사회 참여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겠지만, 봉사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 중 봉사활동 참여비율은 20%밖에 안 되는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어떻게 할 줄 몰라서"라고 한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흔히 땀 뻘뻘 흘리는 노력 봉사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요즈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성숙한 증거를 보여준다. 바로 재능 나눔 운동이 그것이다. 단순한 노력 봉사가 아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변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회봉사(service learning)의 개념도 그와 유사하다. 이는 지적 능력과 봉사인의 자질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실천적 프로그램으로 살아갈 능력과 의미를 찾게 해줄 수 있어 신선하다.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서 학생들은 학점까지도 취득할 수 있으니 그동안 학생들 스스로에게 맡겼던 사회봉사를 대학이 제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언론사와 사회봉사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재능을 나눕시다' 캠페인은 누구든지 자기가 가진 작은 재능이라도 나누고 베풀 수 있게 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도 흥미롭다. 슈바이처 프로젝트, 오드리 햅번 프로젝트, 마더 테레사 프로젝트, 키다리아저씨 프로젝트, 헤라클레스 프로젝트.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하게 봉사영역이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열린 가능성으로 자기의 장점과 재능을 찾는다면 언제든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민간차원에서 진행하는 캠페인과 더불어, 정부에서도 봉사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즉,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에 재능 나눔 신청 창구를 마련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과 함께 하는 삶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봉사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다. 도와주러 갔다고 하였지만, 더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하고 싶지만방법을 몰라서 실천할 수 없었던 나눔의 삶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과거 대학생들의 지성이 우리 사회의 어두움을 밝혀 주었던 것처럼 그들의 무궁무진한 재능이 베품과 나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윤석환 충남도립청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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