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난 지 20일이 넘었는데도 그에 따른 여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어느 선거이건 간에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선거만큼 드라마틱한 경우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선거 결과도 그러하거니와 유권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굵직한 이슈가 내내 우리 사회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특히, 천안함 진상조사결과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선거판을 뜨겁게 달군 마지막 호재였다.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그것은 與냐 野냐에 따라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우여곡절 끝에 지방자치시대가 다시 열린지 20년, 여러 가지 다른 시각에도 불구하고 자치와 분권의 가치는 이제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고 본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함의(含意)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모든 선거가 그러하듯 후보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적 비전을 공약화하여 유권자에게 제시한다. 지역과 시대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포장하고 가공한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후보가 지키겠다는 '공적 약속'이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속한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 방향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또 다른 기준이 됨은 물론이다. 지금과 같은 선거 구도에 있어서 후자의 경우가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요즘의 추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쉬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괴이쩍은 것은 선거가 끝난 이후의 흐름이다. 표심의 결과가 정국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조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체적인 분석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 이번 선거에서 가혹할 정도로 나타났다는 것인데 국면은 소강상태를 넘어 민의를 왜곡하는 수준까지 이른 것 아닌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고사한 세종시 관련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시도가 그것이요, 4대강사업 강행을 한사코 밀어붙이려는 정권의 태도가 바로 그 두 번째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방선거가 갖는 성격은 드러난 결과만큼이나 중층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왜 애써 민의를 외면하는가. 선거 결과에 대한 화답에 왜 그리도 인색한 것인가. 답답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모름지기 민심의 향방을 바로 읽고 그것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반영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거늘 오늘 우리는 상식에 어긋난 희한한(?) 고집과 마주한다.

정권에 대한 好 · 不好를 떠나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은 '심신의 안녕'일 것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 그것을 줄곧 유지하려는 욕구. 이것이 해결되는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선진세상이요, 복지국가가 아닐까. 갈등을 해소하고, 마찰을 줄이며, 여러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가는 사회, 그런 세상은 진정 요원한 것인가. 국민은 선거를 통해 그런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르짖고 있는데.

▲ 김홍성 청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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