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面楚歌의 이재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있다. '사면초가'란 사면에서 모두 초나라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다. 사방에서 빗발치는 비난 속에 외톨이가 된 상태를 비유하여 말하기도 한다.

'사기(史記)·항우본기(項羽本紀)'에 따르면 초(楚)의 항우가 한(漢)의 유방(劉邦)군에 패하여 해하(垓下)에서 포위되었을 때, 사방을 에워싼 한나라 군사 속에서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황우는 이에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이 이토록 많은가"라고 슬퍼했다.

이것은 한나라 고조가 꾸며낸 심리작전이다. 초나라 군대는 뿔뿔히 흩어졌고 한나라는 승리했다.

四面楚歌의 이재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서울 은평을 한나라당 후보의 "나를 살리리면 한강을 넘지 말라"는 말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에서 압승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지만, 서울시의회를 장악했고, 인천과 충청, 강원권에서도 승리했다.

정치인 이재오에게 이번 7·28 재선거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한강을 넘지 말라'는 말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불과 2개월 전 민심(民心)이 야당을 선택한 상황에서 이 후보는 독자적으로 선거를 승리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검증받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반면, 중앙당의 지원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중앙당의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면(四面) 곳곳에서 '反 한나라당' 구호가 들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당 집중지원은 은평을 유권자들의 '사면공감(四面共感)'을 불러올 수 있다.

중앙당 유력 인사들의 선거 지원이 오히려 해(害)가 되는 사례는 지금까지 수두룩하다.

유권자 입장에서 지역 주민들의 지탄을 받는 인사가 내려 올 경우 "왜 내려왔지, 도움이 안 될텐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중앙당 지원 오히려 害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당시 대표는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지원유세를 폈다. 대중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스타급 국회의원들도 종횡무진 선거구를 누볐다.

정몽준 전 대표가 청주 지원유세를 펼치던 상황이 새삼스럽다.

청주 성안길에서 열린 당시 지원유세에는 한나라당 후보들과 운동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안길을 오고가는 시민들은 고작 50여 명에 불과했다.

이날 정 대표는 "충북은 오송과 오창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과 더불어 앞으로 1000년 동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자당 소속인 정우택 충북지사 후보와 남상우 청주시장 후보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청주지역 지원유세 하루전 선거캠프로 전화를 걸어 각 언론보도와 지원유세 내용을 질문한 뒤 요약 정리한 정몽준 대표의 지원유세는 한마디로 한나라당 후보와 운동원들까지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오창'을 '오총'으로 불렀고, 충북지역 현안에 대한 인식도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70~80년 선거공약처럼 지역에 대형 국책사업 하나 던져주면 민심이 요동칠 것으로 착각하고 있음도 곳곳에서 보여줬다.

이제 7·28 재보선 결과가 기다려진다. 정계개편과 'mb 조기 레임덕'의 갈림길에서 이재오의 '한강을 넘지 말라'는 승부수가 먹힐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김동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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