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수주 못한 업체 '수두룩'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의 심리적인 불안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7월에는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는 한겨울이다.

공공공사를 한건도 수주 못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손익분기점 미달 업체가 절반이 넘어서는 등 극도의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공공공사는 4대강 사업의 예산집중 후유증으로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으며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민간공사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투자심리 저하로 발주물량의 감소세가 지속돼 도내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 공공공사에 수도권 대형업체까지 뛰어들어 저가 출혈 등으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공사수주 못한 업체 '수두룩'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도내 건설업체가 수주한 공사 건수는 모두 3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건수인 535건에 비해 168건(31.4%)이 감소한 수치다. 도내 건설업체가 611개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40%는 올 들어 단 한건의 공사도 맡지 못한 셈이다. 수주액 역시 7246억 원으로 전년 동월(8040억 원)보다 9.8% 줄었다.

이처럼 도내 중소건설업체들의 공사 수주난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정부와 각급 자치단체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경기부양책으로 공공공사 조기발주 시책을 시행했지만, 정작 도내 건설업체의 공사수주는 줄어드는 등 효과를 거두기 못했기 때문이다.

관급공사 발주물량의 80% 이상이 상반기 중 마무리가 돼 도내 건설업체가 하반기에는 수주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3년간 충북도내에서 발주된 민간·공공부문 공사 중 외지 대형업체가 67%를 수주함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들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해 충북도내에서 총 1조8272억 원 규모의 공사가 발주된 가운데 도내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5971억 원(33%)에 불과했다.

이는 지역 업체들은 중소 규모 공사만 맡았을 뿐, 규모가 큰 대형공사는 여전히 외지업체 몫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아파트의 미분양물량 누적과 충북도내 자치단체의 급격한 재정발주 감소로 인해 도내 건설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충북도가 집계한 올 5월 기준 도내 아파트 미분양현황에 따르면 3736가구가 미분양 상태이며,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1646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지속되는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현대백화점이 청주 대농지구에 2000억 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7층, 연면적 8만6000㎡ 규모의 청주점을 착공한다는 발표를 하자 도내 건설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전문건설협회 충북지회는 백화점 건설에 지역 건설업체가 많이 참여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자체 지속적 관심·배려 절실

지역 건설경기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지자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건설업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인 처방임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자체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공공부문 공사에 대해 지역업체 수주를 늘리도록 공사금액별 분리발주를 확대해야 한다. 또 지역의무공동도급 범위를 넘어서는 대형규모 공사더라도 지역업체가 일정 지분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만 바란다면 지역건설업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지역건설업체도 기존의 소극적인 대처방식을 탈피해서 영세성과 시공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자정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

올 하반기에는 침체된 지역 건설업을 살리기 위한 지역업체와 지자체의 특단대책이 마련돼 지역경제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이능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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