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박찬호(37)가 새로 둥지를 틀게 된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1882년에 창단, 올해로 128년째를 맞은 내셔널리그의 터줏대감이다.

월드시리즈에서 통산 5번 우승을 일궜으나 지난 1992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이래 18년 연속 승률 5할을 밑돌면서 가을 잔치 근처에 가지도 못한 약팀으로 전락했다.

1994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로 편입된 이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강팀 틈바구니에서 맥을 못 췄고 2007년부터 올해까지 4년 내리 지구 6팀 중 최하위를 도맡았다.

필라델피아의 2년 제안을 뒤로하고 박찬호가 지난 2월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위해 뉴욕 양키스를 택했다면 피츠버그는 양키스의 대척점에 있는 팀이다.

박찬호가 그동안 뛰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필라델피아와는 지명도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피츠버그는 올해 개막전 25인 로스터의 연봉 총액이 3천500만달러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 한 명보다 불과 200만달러 많았다.

과감한 투자보다 젊은 선수를 육성해 내다 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가난한 구단에 속한다.

지난 2008년 2월에는 불펜투수로 김병현(31)과 연봉 85만달러, 옵션 포함 최대 200만달러에 계약했으나 김병현이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개막을 닷새 앞두고 방출하기도 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접어야 하는 피츠버그가 적지 않은 나이인 박찬호를 영입한 이유는 젊은 투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도 절실하고 당장 성적도 올릴 불펜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 구단은 "베테랑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파이리츠 불펜은 4일 현재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 리그 16개 팀 중 12위로 선발투수까지 포함한 팀 전체 평균자책점 5.10보다 좋은 편이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옥타비오 도텔(37), 하비에르 로페스(33), d.j 카라스코(33) 등 30대 불펜 투수들을 한꺼번에 트레이드 했고 39살 노장 브랜던 도널리까지 방출해 경험 많은 불펜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21세이브나 올린 도텔을 다저스로 보내 뒷문이 뻥 뚫린 상태다.

에번 미크(27), 조엘 한라한(29), 션 갤러거(25) 등 유망한 중간 계투요원이 있고 성적도 나쁘지 않지만 선발과 중간을 두루 경험한 박찬호만한 이력을 갖춘 이는 없다.

피츠버그는 이 점을 높이 사 박찬호를 데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호가 아메리칸리그에서는 고전했지만 내셔널리그에서는 여전히 효용 가치가 높은 투수라는 점도 고려한 조치다.

그보다도 더 져서는 곤란하다는 고육책도 한 몫 했다.

피츠버그는 37승70패로 리그 최하 승률을 기록 중이다. 아직도 55경기나 남은 상태에서 불펜이 붕괴해 더 졌다가는 2001년처럼 한 시즌 100패를 또 당할 위험이 크기에 박찬호로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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