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앞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제238차) 의원총회가 열렸다.

창당 초기 표방했던 '100년 정당' 구호가 무색하게도 3년 8개월만에 스스로 당 간판을 내리게 된 만큼 이날 의총은 시종 무겁고 착잡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2004년 4.15 총선 압승으로 152석의 '과반 거여(巨與)'였던 우리당은 올 들어 수차례 집단탈당 사태를 겪으며 58석의 원내 제3당으로 전락한 상태.

장영달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슬프고 고통스런 마음으로 원내대표직을 마무리하지만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2월6일 '김한길 의원 그룹'의 집단탈당에 대해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그는 "2월6일의 부적절한 탈당이 아니었다면 우리당은 훨씬 더 명분있고 떳떳하게 대통합 전선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당기획단장이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마지막 수업'을 인상깊게 기억하고있다. 마지막 의총이라서 일부러 참석했다"며 "당을 잘 운영하지 못했고 당 간판을 내리게 돼 당원과 국민에게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비난하고 일부 언론의 비난에 굴복했고 허물어졌다"고 평가한 뒤 "신당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잘못되면 역사적 과오를 범해 후손에게 낯을 들지 못한다. 신당에 우리와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있지만 갈등의 과정을 국민에게 보이면 국민의 비난을 또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명광 의원은 "우리당의 가장 큰 잘못은 분열이다. 개혁과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교조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며 "'내 말이 옳다'는, 선수와 나이, 위 아래도 없는 행동이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의원은 "슬픈 날이다. 당원에게 사죄의 말을 드린다. 신당에서 좋은 뜻을 실현하는 것이 당원에 대한 죄를 씻는 길"이라고 말했고, 정청래 의원은 "저를 낳고 길러준 우리당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겠다. 깨끗한 정치, 잘사는 나라란 창당정신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총에는 소속 의원 58명 가운데 32명만이 참석, 다소 맥이 빠진 듯했다. 역대 당의장 중 정세균 현 의장만 참석했다. 정동영 문희상 이부영 전 의장은 이미 탈당했고 신기남 김근태 전 의장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우리당은 막판까지 당내 '불협화음'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대선출마를 준비중인 유시민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소회를 밝히려 하자 그의 출마를 강력히 반대했던 이광재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뜬 것. 이에 일부 의원이 모양새를 고려해 이 의원을 따라가 만류했으나 이 의원은 "유 의원의 발언을듣기 싫다"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또 유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최근 '유시민 저격수'로 떠오른 정동영 전 의장측정청래 의원이 발언을 신청하고 마이크를 잡자 유 의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자리를 뜨기도 했다.

한편 우리당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법 등 27개 미처리 당론법안을 민주신당의 '숙제'로 넘기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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