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구체적으로 확인 할 필요있다"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보다 최소 138년 이상을 앞서는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활자 실물이 공개되자 그동안 직지를 지역의 상징으로 삼아왔던 청주시는 연구결과를 차분히 지켜보자며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황정하 학예연구실장은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1377년 활자본으로 간행된 직지 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임을 확인했다는 주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황 실장은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현재 존재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현재 세계에는 어느 곳에서도 직지 이전에 금속활자로 발간된 인쇄물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과 중앙박물관에도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있기 때문에 직지를 인쇄한 금속활자보다 이전에 만든 금속활자가 존재했다는 것은 그동안 학계에서도 인정해 온 것"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것은 금속활자본이 아니고 활자여서 직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 실장은 "그러나 직지보다 이전에 제작된 금속활자로 인쇄물을 발간했다는 근거가 없었던 만큼 남 교수의 이번 발표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기술의 우수성을 재확인해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동안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인정을 받았던 직지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청주시는 '2010 청주 직지축제' 개막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다소 곤혹스뤄하고 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만일 직지보다 더 빠른 금속활자본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동안 청주시가 추진해왔던 직지 관련 사업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며 "모레부터 직지축제를 개최해야 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이 같은 발표가 나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직지를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직지세계화와 함께 직지를 지역 대표브랜드로 키워왔다.
한편, 서지학자인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고미술 컬렉션인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 점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2점이 1377년 활자본으로 간행된 직지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가칭)임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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