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이변

지난 8월 중순 가족과 함께 3박4일간 보르네오 섬 코타 키나발루의 휴양지를 다녀왔다. 원래 그 지역은 적도 근처여서 4계절이 없고 우기와 건기만 있다. 우리가 머물던 때는 건기로서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머물던 나흘 내내 오전에는 쨍하니 해가 나다가 오후만 되면 비가 내렸다. 어느 날은 장맛비처럼 내렸다. 그래서 바닷가 휴양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듯 보였다. 안내하는 분 말이, 보르네오 섬의 2/3이상을 관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당국에서 보르네오의 수종개량을 위해 숲을 하도 많이 태우는 바람에 발생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기후변화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브라질의 아마존과 함께 세계의 허파라는 보르네오 섬의 숲이 죽어가고 있다.

보르네오 섬만이 아니다. 이미 아마존의 숲도 20% 이상 개발되어 세계의 허파로서 역할이 매우 위협받고 있다. 근래 세계적인 기상이변은 일상화되어 이제 더 이상 기상이랄 수도 없게 되었다. 올해도 북반구의 폭염과 폭우, 남반부의 혹한으로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파키스탄 폭우로 320만 명 이상의 피해, 미국 중서부의 폭우로 인한 시카고의 물난리, 일본의 열사병, 중국 시안 폭우로 인한 10만 명 피해, 페루의 혹한으로 인한 어린이 250여명의 사망, 계속되는 태풍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다.

-기상 이변

우리나라도 그렇다. 전통적인 장마철에는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오히려 그 후에 더 많이 비가 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1일∼9월 12일 서울의 강수량은 951.7㎜였다. 연간 강수량 평년치 1,344㎜의 3/4가량이 40여일 사이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서울의 강수일수는 32일로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요 몇일 사이 내린 집중호우는 곳곳에 물난리를 야기하기도 했다. 거꾸로 비가 안 올 때는 얼마나 더웠던가. 올 여름 열대야 일수는 12.4일로 평년(5.4일)보다 배 이상이었다. 여름은 갈수록 길어지고 가을은 늦어지며, 겨울은 짧아진다. 일조량 또한 점점 짧아진다. 올 들어 1~8월 중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1290.4시간으로, 관련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2003년 199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양이란다. 겨울에 맛보던 전통의 삼한사온 현상이 없어진지도 오래 됐다. 그야말로 한반도의 사계가 이상해졌다.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다는 것이다. 뚜렷한 사계절이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이즈음에는 자신이 없다.

이런 기상이변의 원인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란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실제지구의 평균온도가 1900년 이후 60년간 0.14℃ 상승했으나, 1960년 이후 45년간 0.60℃이나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가 지적되고 있다. 인구증가와 산업화 진행에 따라 급증한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복사열을 지구 대기권 안으로 반사(온실효과)한 결과 지표면과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그 결과, 에너지가 지구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되고, 특정 지역의 기후가 변하며 심한 경우에는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새 에너지 개발

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각종의 기후협약 체결, 리우선언, 도쿄의정서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원인인 석유 등 화석에너지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 초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여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그리고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 녹색성장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본격적으로 녹색성장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민선5기 청주시장도 '녹색수도 청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청주를 녹색도시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다. 대기업들도 최대한 저탄소제품을 제조하고 새 에너지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지막은 시민들의 몫이다. 당장의 편의와 이익만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 무분별한 차량사용, 무분별한 전기 및 가스사용, 일상적인 일회용비닐봉투 사용 등, 이 땅을 죽이는 짓을 그만 두어야 한다. 이 땅은 우리만이 아닌, 후손들 또한 두고 두고 누려야 할 곳이기에.

▲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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