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이 일시에 많이 생겨나는 것을 두고 흔히 '우후죽순'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비가 오고 난 후에 땅 속에 있던 대나무의 어린 싹이 한꺼번에 돋아나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하지만 대나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금방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지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대나무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땅 속에서 보낸다. 일단 대나무의 씨가 땅에 뿌려지면 수 년 동안 오직 땅 속 깊이 뿌리내림 작업만을 계속한다.대나무의 씨앗은 먼 훗날의 장대한 모습을 꿈꾸며 3-4년의 긴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한 그루 대나무는 땅을 뚫고 지상에 그 당당한 모습을 드러낸다.그리고는 불과 90일 만에 최고 30m의 높이까지 성장한다. 이렇게 지상에 나온 대나무는 세상의 모진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자태를 지켜 나간다.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지만 결코 부러지는 법이 없는 대나무의 유연성은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땅 속 깊이 내려둔 튼튼한 뿌리 덕분이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시작할 때 한시라도 빨리 성과를 보고 싶어 한다.

미루나무처럼 심고 나면 금방 쑥쑥 자라주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특히 단단한 뿌리내림의 과정이 없으면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린다.

높이 올라가는 건물일수록 지상으로 올라가기 전에 반드시 먼저 지하 깊이 기초공사를 해야 하는 것처럼, 높은 지위에 올라가려면 그만큼 그 분야에서 넓고 깊은 뿌리내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만약 그것을 소홀히 한다면 삼풍백화점처럼,한강 다리처럼,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일순간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리고 만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명예,지위,권력을 누리고 싶어 한다. 소위 출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그러나 출세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자신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세상의 운도 따라주어야

순풍에 돛 단 듯이 출세할 수 있다. 하지만 출세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세상에 출세한 자신을 잘 관리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곁에서 아예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일단 출세했다 하더라도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채 출세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고 만다.

어느 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알거지가 되기 쉽고, 어느 날 갑자기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어느 날 졸지에 날개 없는 추락의 주인공이 되기 쉽다.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며 자란 시베리아의 나무는 수천 년을 지탱할 위대한 건물의 기둥으로 쓰이지만,따뜻한 열대 지방에서 쉽게 자란 나무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로 쓰일 뿐이다. 그러므로 충분한 노력과 투자 없이 행운이나 요행을 바라는 사람은 먼저 대나무에게서 배워야 한다.하늘 높이 우뚝 치솟은 대나무 한 그루마다 그렇게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리며 땅 속에서 자기 수련의 과정을 거쳤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무슨 일을 하든 크게 이루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오랜 기간을 두고 미래를 준비할 줄 아는 대나무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 이수경 충청대학 방송연예과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