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보이첵' 연타석홈런

"국내 공연의 효과적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국제적 네트워크와 분명한 예술적 전망을 지닌 프로듀서가 꼭 필요합니다."

극단 여행자(대표 양정웅)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한국 공연 가운데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작품이다. 한국 공연 사상 최초로 런던 바비칸 센터에 선 것을 비롯해 시드니 페스티벌, 홍콩 페스티벌 등 굵직한 해외 축제에 단골 손님으로 불려다닌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대표 임도완)의 연극 '보이첵'은 세계 최대의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평단과 관객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세계 무대로 힘차게 뻗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지 신문이 주는 권위 있는 상 헤럴드 엔젤상을 수상하며 관심이 증폭된 이 작품은 런던 마임 페스티벌,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을 비롯한 해외무대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19일에는 bbc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출품된 2천여 작품 가운데 가려 뽑은 '톱 10'에 선정됐다는 낭보가 날아들기도 했다.

두 작품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뒤에는 '아시아나우(asianow) 프로덕션'이라는 작지만 꽉찬 회사가 버티고 있다.

아시아의 동시대 공연을 소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아시아나우 프로덕션은 최석규(40) 춘천마임축제 예술부감독과 춘천마임축제 직원 박지선(35)씨 등 두 명의프로듀서가 꾸려가는 회사.

춘천마임축제에서 쌓은 풍부한 노하우와 영국과 호주 등 공연 선진국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작품의 효과적인 해외 진출을 꾀하기 위해 2004년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005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주목받은 것을 계기로 '한여름 밤의 꿈'이 해외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데 이어 이번에 '보이첵'까지 성공시켰으니 야구로 치면 연타석 홈런을 날린 셈.

최석규 부감독은 "자기 색깔과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극단들과 함께 작업하고, 국제적 흐름을 면밀히 파악해 해외 진출을 꾀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해외 시장의 입맛에 맞춘 공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과 비전을 갖춘 극단의 작품을 원작에 충실히 소개해야 해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성공은 또한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공연 예술은 무엇보다 사람의 주관적인 취향과 판단이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다른 분야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이어 "이번 에든버러 축제만 해도 국내 참가팀이 사상 최대인 12개를 기록하는 등 최근 공연 예술의 해외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분명한 목표 없이무조건 나가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지선씨는 "일회성 진출은 지양하고, 극단과 프로덕션 서로가 같이 클 수 있는전략을 모색하다 보니 '윈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초 시드니 페스티벌에 진출한 '한여름 밤의 꿈'은 박지선씨가 호주에서 쌓은 인맥을 이용해 퍼스와 애들레이드 장기 공연과 연계시킴으로써 극단의 실질적인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두 사람은 "아직 이 일이 돈이 되지는 않지만 한국 공연 예술을 해외에 제대로 알린다는 자부심은 정말 크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의 목표는 바비칸 등 해외 유수의 공연장이 양정웅이나 임도완 연출 등과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 공연 예술을 에든버러 프린지가 아닌 세계 최고의 공연만 엄선한다는 에든버러 메인 페스티벌까지 진출시키는 날도 곧 오겠지요."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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