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이 중소기업청에 이 마트 신부점 입점문제를 놓고 사전사업조정신청을 했다.

또, 이 마트가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본부와 백석동 천안물류단지 내 a4-1블럭 1만 5718㎡의 부지를 135억 6542만 원에 매입했고, 현재 영업 중인 쌍용점에 이어 불당동 주상복합 펜타포트 임대매장과 ktx천안아산역 인근 매입부지까지 매장을 운영한다면 천안에 5개의 매장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이 특별시나 광역시도 아닌 인구 56만 명의 중소도시인데 한 곳의 대형할인점이 앞으로 5개의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라니 이는 천안아산신도시까지 선점해 업계를 장악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현재 천안지역에는 롯데마트 2개 점포와 이 마트, 홈플러스 2개 점포, 메가마트 등 모두 6개의 대형판매점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인구 15만 명에 대형판매점 1곳이 적정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입한다면 천안 인구 56만 명에는 3.7개의 대형판매점이 적정선이지만 현재만 6곳에 운영 중에 있고, 이 마트의 추가 점포까지 영업을 가세한다면 9개의 대형판매점이 운영될 예정이다.

게다가 지난해 현재 gs슈퍼마켓,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8개나 성업 중이다.

말 그대로 중·대형판매점들의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대형판매점들이 천안시에 제출한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2007년 4555억 원, 2008년 3910억 원, 지난해 9월 현재 3813억 원으로 알려졌다.

매출물품 가운데 이들이 천안지역 상품을 판매한 실적은 지난해의 경우 9월 말 현재 고작 80억 원 어치에 불과하고, 지역 기업에 환원한 실적은 1억 69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대형판매점을 비롯해 ssm까지 포함하면 연간 매출액이 5000억 원을 상회하면서 매출에 비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부분을 표현하자면 요즘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등장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가 적정한 비유일 것이다.

지역자금의 서울 유입이라는 빨대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700∼900개(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 추산)에 달하는 지역 슈퍼마켓들은 대항조차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문을 닫고 사라지고 있으며, 전통시장마저 고사 직전에 시름하고 있다.

군웅활거 같은 대형판매점들의 각축은 경쟁이 심화돼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오기와 배짱으로 업체 간의 제살 깍 기 식의 출혈경쟁으로 살아남는다 해도 상처 입은 영광으로 그칠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7년과 2008년 6곳의 대형판매점들이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고래 사움에 새우등 터지게 지역 슈퍼마켓을 못살게 굴더니 고래등마저 터지는 꼴을 보니 고소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들 업체들이 배워야 할 것은 가을걷이를 마친 농부가 어려운 이웃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논에 떨어진 이삭을 놓아두고, 감을 수확할 때 다 따내지 않고 겨울을 나는 새들을 위해 몇 개씩 남겨놓는 선량한 농심에서 공생과 상생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지역뿐만 아니라 상당수 다른 지역에서도 이들 업체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 박상수 천안주재 부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