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기점으로 지역당 한계 넘어

민주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성과 지역 당이라는 정체성이 명확한 정당으로, 야당으로만 점철됐던 역사와 정권 교체를 이뤄낸 최초의 수권 정당의 영광도 함께 지니고 있다.

1980~90년대 여·야가 동·서를 근거로 지역주의가 팽배했던 시대를 지나 djp연합으로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반 민주당 정서가 강했던 충청도를 기점으로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 우리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명분을 갖고 15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경기도와 충청권, 강원권 등지에서 지역 당의 이미지를 극복해 전국 정당의 주체성을 확보한 반면 10년동안 계속된 집권으로 진보 층의 게으른 자만심과 초심을 망각한 민주당의 실망스런 모습도 동시에 보여줬다.

- 충청도 기점으로 지역당 한계 넘어

이런 이유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의 완숙하지 못한 정치 개혁에 실망감을 느낀 국민들과 보수층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 500만 표라는 큰 차이로 한나라당에 집권을 넘겨줬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소멸되고 표면적으로는 세종시라는 여·야 정당의 정책대결 양상을 보였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보·혁간 이념대결이 물밑으로 치열하게 전개돼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보·혁 갈등이 깊어질수록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워 이득을 취하는 일부단체나 몇몇 인물들, 소수의 정치인들에 의해 발표되는 성명서나 정책적인 내용들은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국민들을 호도하는 그들만의 허무한 주장만 난무 할 뿐이고 편협되고 그릇된 논리로 국민들을 이간질시켜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는 위험한 지경까지 도달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충남에서 민주당이 갖는 지위는 미묘하다.

충남에서는 민주당에 당적을 두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전 경기도지사였던 이인제 의원과 자민련 총수였던 김종필 총재가 djp 연합을 만들어 보수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아가며 민주당과 손을 잡아 정권을 창출했고, 충북에서는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최초로 민주당 당적을 갖고 청주시장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충남과 대전에서는 천안의 양승조 의원과 박병석 의원, 충북은 보은·옥천·영동과 제천·단양 지역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민주당 의원들이 석권했다.

언제, 어떤 명분으로 충청권의 정치적 상황이 변할지 모르지만 6·2지방선거만 해도 민주당이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천안과 충주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해 충청권의 복잡한 민심을 보여줬다.

- 충청권 민의 대변하기에는 미흡

지금 충청권에서 민주당을 전라도당이라고 배척하는 유권자는 많이 희석돼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진보 층이 대부분으로 보수·진보 전체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전에는 충청권의 민의를 대변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언론에서 연일 '새끼용'이니 '잠룡'이니 대선주자들 띄우기에 경쟁적으로 몰두하며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착시현상을 조성하고 있다. 어려워진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국정 후반에 차분하게 추진될 정부정책이 때 아닌 '새끼용'과 '잠룡'들의 대선 열풍에 휘말려 뒷전으로 밀려난 씁쓸한 느낌이 든다.

▲ 김준기 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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