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어떤 위치에서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으로 공동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어울리는 인간관계가 조성되면서 사람으로서의 지켜야 할 도리를 예의범절(禮儀凡節) 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예(禮)가 인간사회에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동물이면 생리적 감각이나 약자가 강자에게 표하는 방법이 만물의 영장인 인간보다는 그 정도가 미약할지는 모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예(禮)가 있고 생활 규범도 인간보다는 엄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생활의 윤리도덕을 우리 동양권에서는 예(禮)라고 부르고 서양 문화권에서는 에티켓 또는 매너(manner)라고 한다. 이러한 예(禮)는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행하는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엄격한 관리 방법에서 나온 것으로 체계 있는 삶을 엮어 간다는 하나의 공통된 약속으로 보면 된다.

우리가 행하고 있는 예의는 감각적인 예의와 형식적인 예의로 구분할 수 있다. 감각적인 예의는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행하여지는 뿌리가 있는 예(禮)를 말하는 것이며, 형식적인 예(禮)는 마지못해 하는 예의 로 과시적이거나 굴욕적인 예(禮)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禮)는 법(法)에 의해서 집행되는 구속력이나 강제성을 떠나 자율적으로 본의에서 우러나오는 참다운 도덕적인 양심에서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예(禮)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禮)는 특수한 교육과정에서 절차와 순서에 의해 공식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스스로 일깨우고 언제나 손쉽게 실천하는 것이 예(禮)의 기본이며 인간으로서의 인간된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참된 인간의 기본이 예(禮)라고 한다면 모르고 넘어가는 예(禮)는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지만 알면서도 체벌 없는 규범으로 생각하고 소홀히 여긴다면 이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 보다 더 용서할 수 없고 아는 것이 모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를 만나던 통상적으로 하는 인사는 바로 예절의 기본이고 인사(人事)란 사람인(人) 자와 일사(事) 자로 인간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반가움과 상대의 안녕을 표하는 인사(人事)는 많이 한다고 별다른 밑천 들이는 것도 아니고 절대로 손해 보는 일도 없다. 인사 잘한다고 남에게 욕먹는 일이나 뺨맞는 일은 절대로 없고 직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먼저 보는 쪽에서 반가운 마음으로 상냥하게 인사한다면 인사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에서도 밝은 하루가 될 것이고 보이지 않는 감사의 정겨움에서 서로의 상대방을 존경하고 믿음이 가는 훈훈한 인정이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참된 생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에 이르기를 자기 부모에게 효도해서 그와 같이 다른 어른을 공경하며, 자기의 자식을 사랑해서 그와 같이 아랫사람을 아끼고 보살핀다면 모든 일이 손바닥 뒤집듯이 수월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남에게 베푸는 예절은 공짜로 주는 것 같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재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동체 속의 인생살이는 자기 혼자 제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자기 관리를 못하고 예(禮)에 어긋나는 행동은 주위를 어지럽게 만들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으로 그것은 혼자만의 천하대장군 일뿐 색다른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으로 자기 혼자만의 기분에 도취되어 살아가는 것으로 길이 없는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예(禮)라는 것은 스스로 자기를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자기 관리의 한 방편이며 사회생활을 하는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인관계를 원만히 소화할 수 있는 참된 인간으로서의 출발 신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은 언제나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믿음과 신뢰할 수 있는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많은 재물을 얻게 되어도 항상 가난할 뿐이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에 여유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자신과 이웃을 스스로 고귀하게 만들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있어 예(禮)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적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인간관계에서 엮어 가는 하나의 자기 관리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으로 예(禮)의 기본 바탕이 없이는 말과 행동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좋은 반응을 얻기가 힘들고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 달성에도 차질이 오게 된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을 하게 된다./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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