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 "파손·수축 등 행간·서체 다른것"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활자(이하 증도가자)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남권희 경북대 교수(문헌정보학과·한국서지학회장)가 학계에서 처음 반론을 제기한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와 격론을 벌였다.
남 교수는 지난 5일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증도가자에 관련된 몇 가지 검토'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섰다. 남 교수는 먼저 증도가에 있는 같은 글자의 획 굵기나 모양, 길이가 서로 다르며 횡폭과 행간도 차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남 교수는 "증도가의 행간·자간은 물론 글자의 서체도 확연히 다르다"고 의혹을 인정한 뒤 "이는 현존본이 여러 각수(조각기술자)가 동원돼 새긴 번각(카피)본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활자 '명(明)'자의 '월(月)' 부분이 목판본과 다르다는 의혹에 대해 남 교수는 "실물 활자에서는 아래쪽의 획이 외부충격 등으로 파손되면서 글자면 뿐 아니라 글자면을 지탱하는 몸체까지 손상을 입어 경사면으로 떨어져 나갔다"며"파손된 부분을 획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선(善)'자도 금속활자에는 '양(羊)'자의 위쪽 획이 '팔(八)' 자로 돼 있으나 목판본의 대부분은 '거꾸로 된 팔(八)'자로 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증도가 전체를 조사해 보면 2가지 형태가 모두 쓰인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작활자일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남 교수는 "증도가자는 고려시대에 많이 쓰이는 구양순체풍을 보이고 바닥면과 이어지는 글자 몸통의 각도가 60~70°지만, 위작활자는 고딕체에 가깝고 각도 역시 80°이상으로 조각됐다"고 설명했다.
횡폭·행간의 차이에 대해서는 "목판이 마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으로 추정된다"며 "제대로 건조하지 못하면 나무가 틀어지거나 휘어지기도 하고 판각 후에도 같은 과정이 진행돼 전체적으로 수축되는 형상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상주 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나서 남 교수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 교수는 "남 교수가 제시한 '증도가자' 12점과 증도가의 글자 205점 가운데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음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나무의 수분이 마르면서 목판이 변형됐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며 "목판에 글자를 새길 때는 당연히 마른 나무를 사용하지 생나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보다 앞서 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증도가자의 탄소연대성 측정 결과가 이번 주 중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남 교수는 "지질자원연구원에 마음심(心)자를 비롯한 2개 활자의 탄소연대성 측정을 의뢰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안순자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