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 지방선거때 '전면 무상급식' 공약이 지방선거의 핫 이슈로 부각된 일이 있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내건 전면 무상급식 카드는 한나라 정부를 움직일 정도로 큰 흐름이었다.

이제 충청북도가 내년 3월부터 관내 초·중학생에게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팽팽하게 대립하던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이 제한된 예산 범위 안에서 두 기관 간의 녹록치 않은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이시종 지사님과 이기용 교육감님이 한 발씩 양보의 미덕을 발휘한 것인가. 늦게나마 다각적 노력으로 대안을 마련했다니 도민 모두가 높이 평가할 일이지 싶다.

학교급식이라는 것은 그냥 학생들 끼니를 때워주는 게 아니다. 급식을 통해 아이들은 식문화를 접하게 되고, 비슷한 양의 칼로리를 소비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의무교육의 일환이리라.

배고픔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가난에 대한 낙인이다. 저소득층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급식지원 제도는 개인정보 제공의 동의를 필수로 하고, 주거와 재산의 소득 정도와 건강보험료 내역, 담임교사의 추천서 등 많은 서류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생을 통해 가정에 전달된다. 어린 학생들과 사춘기 청소년들에겐 이런 절차가 개인적으로 수치심과 상대적 박탈감, 정신적 상처가 우려된다. 학생들 간에는 위화감이나 열등감, 자칫 차별의식까지 조장하게 하지 않는가.

무상급식은 이런 계층 간의 위화감을 완화시키고 낙인 효과를 방지할 수 있으리라.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교육은 사회의 동량을 길러내기 위함이니 교육이나 가계경제, 국가경제로 보아도 무상급식은 필요하지 싶다.

이제 부모의 경제적 무능으로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져야 할 일이다. 무상급식은 출발선상에서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자녀교육의 짐을 덜어주고, 자녀를 기르는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 자녀를 많이 낳아 기르는 사람은 애국자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해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무상급식의 실현은 지역발전의 대안으로서 도내 친환경농업과 연계되어야만 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도 충청북도의 친환경농 ? 축산물의 지역 먹거리 체계를 형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 농산물에 대한 먹거리 교육이 자연스레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지금까지의 학교급식은 주로 이윤추구를 위해 값싼 외국농산물에 의지해 왔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마저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이나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가. 그래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서 급식의 질도 높이고 올바른 식생활교육을 일깨워야 하리라. 그러면 자연스레 건강한 아이들, 건강한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또한 지역 먹거리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소요 예산이 대부분 지역에서 순환된다. 그리 된다면, 자연스레 지역순환경제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더불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다. 일석삼조의 정책이지 싶다.

하루 세끼에 불과한 친환경급식이 아이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한 끼의 급식만으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급식은 가정과 연계해서 아이들 생활 속에서 지속돼야 하리라. 가공요리가 사라지고 친환경 급식으로 잡곡밥, 된장국, 찐감자 등 친숙한 밥상이 좋을 것이다. 재료뿐만 아니라 조리법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냉동식품을 자제하고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 보다 삶고 찌는 조리법을 활용한다면 싱싱한 재료가 가진 고유의 영양을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조리실에서는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겠지만 유기농으로 생산한 조미료 등 건강한 조리법으로 전통식, 자연식으로 정성이 들어간 음식으로 조리하면 어떨까.

이제 첫 단추가 꿰어졌다. 무상급식이 정식 궤도에 오를 때가지 향후 해결 과제가 적지 않으리라. 하루 한 끼 친환경 학교교육이 아이를 바꾸고, 엄마의 생각을 바꾸고, 가정의 식단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100여 일 후 친환경으로 차려진 아이들 밥상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절로 흐뭇하다. 우리 모두 지역경제를 살찌우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져보면 어떨까.

▲ 김정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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