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격하고 폭력적인 '문제작'으로 주목받은 작가 김사과(26) 씨의 소설집 '영이'(창비)가 나왔다.

여고생의 친구 살해를 소재로 한 '미나'와 20대 남녀의 극단적인 삶과 사랑을 그린 '풀이 눕는다' 등 장편을 출간해온 그가 처음 펴낸 단편 소설집이다.
2005년 작가에게 창비신인소설상을 안긴 등단작 '영이'를 시작으로 한 여덟 편의 단편은 그의 개성 강한 문학적 색깔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폭력, 욕설, 살인 등 분노와 파괴가 끊이지 않는 그의 소설은 비뚤어진 사회에 대한 불만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터뜨린다.

'영이'는 부모의 심각한 불화와 폭력 속에서 분열하는 아이의 내면을 그린다. 가족의 울타리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폭력 묘사로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지옥 같은 가정에서 아이들은 무너져내리고, "개 같은 아빠"는 결말에서 실제로 개가 된다.

"엄마는 이제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건 피가 흥건한 기쁨이었다. 자세히 보면 엄마는 가느다란 미소를 띠고 있다. 엄마가 중얼거렸다. 개새끼. 그리고 진심으로 아빠가 차라리 개였으면 하고 생각했다."(31쪽)
이뿐만 아니다. '이나의 좁고 긴 방'의 이나는 도움을 청하는 할머니를 교살한 뒤 할머니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고, '준희'에서 '나'는 뺨을 때리던 선생님을 흉기로 찔러 죽이는 상상을 하고, 선생님이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에 "오늘의 소망이 곧 내일의 현실"이라며 기뻐한다.

그 외 '과학자' '나와 b' '정오의 산책' 등 편한 마음으로 넘길 작품 하나 없는 소설은 현실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한다.
문학평론가 김영찬 씨는 해설에서 "김사과의 소설은 2000년대 한국소설이 슬그머니 놓아버렸던 현실과의 싸움의 긴장을 그런 식으로 불러들인다"며 "그것은 한국사회의 현실에 절망적인 분노로써 반응하고 분열증으로써 싸우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 유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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