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라는 문구를 공공장소 화장실에서 발견 할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이 문구는 인간의 배설욕구를 해결하는 지독한 냄새 풍기는 화장실에 붙여진 문구이다. 하지만 가장 불결한 곳에서도 행동 여하에 따라 우린 얼마든지 '향기롭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길 수 있다.'라는 내용이 암시돼 있는 듯하여 그 문구를 대할 때마다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에 그 가치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상대방의 언행으로 감동을 받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 몇 가지를 굳이 들춘다면 자신의 분수를 알아 겸양을 지킬 때가 아닌가 싶다. 즉 사람답게 처신할 때란 말이 더 적합하리라.

그럼에도 인간의 본능인 욕망으로 말미암아 인간다움을 저버릴 때가 종종 있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그런 욕망 중의 하나이다. 거기엔 어찌 보면 권력욕도 기인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자신이 유명해지고 그 후광에 힘입으려고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한편으론 물질도 따라붙는다. 그 맛에 길들여서인지 권력을 잡아본 사람은 또 다시 권력 위에 군림하고자 안간힘 쓴다.

사람이 유명세를 떨치는 일엔 여러 유형이 있다. 크게 잡아본다면 덕행, 악행 등이 그것이다. 물론 악행보다는 덕행이나 어느 분야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으로 유명해지길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근간엔 덕행보다 악행으로 이름을 떨치는 일들이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작태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정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 아닌가. 헌데 텔레비전 뉴스에선 연신 온갖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이름 석자가 거론 되곤 한다. 이도 모자라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사당에서 걸핏하면 멱살 잡는 모습까지 텔레비전 화면 속에 비치곤 한다. 하기사 이런 일들이 비일 비재이다 보니 우리들은 이젠 내성이 생긴 게 사실이다.

다만 외국까지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이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오죽하면 오래전 외국의 어느 와이셔츠 회사에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사당에서 멱살 잡고 싸우는 모습을 그 회사의 광고로까지 삼았을까. 그만큼 그 회사 제품이 튼튼하다는 광고겠지만 왠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요즘에도 그 광고에 자주 등장 할까봐 지레 겁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런 부끄러운 모습으로 외국까지 유명세를 떨쳐서야 되겠는가.

새해엔 국회의원들이 자기네들 끼리 멱살 잡고 국회 의사당을 싸움판으로 삼는 일 좀 제발 삼가 했으면 좋겠다. 국정을 논하는 장소에서 서로 멱살 잡고 싸움판을 벌이는 모습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우격다짐으로 국정을 논해서야 되겠는가. 지혜를 모아 대화로 정치를 펼쳐야 우리나라도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일에 누구보다 앞장설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정치인들 아닌가. 그들이 변화하면 분명 새해엔 세상도 더욱 밝고 따뜻할 것이다.

/김혜식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