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넣으려고 두부를 써는데 3mm 정도 되는 철수세미 조각이 나왔다. 순간 심란해지며 손은 계속 칼질을 하고 철수세미 조각을 집어내어 버리고 두부를 장에 넣어 끓였으나 숟가락이 가지 않았다.

두부에서 철수세미 조각이 나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다시는 그 집으로 두부를 사러 가지 말자. 가서 철수세미 조각이 나와 두부를 먹지 못했다고 말해야 되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냥 지나가나….

좀더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하고 실수했을 때마다 상대방이 와서 나의 잘못과 실수를 꼬집어 주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지 못할 것 같았다. 눈 감아 주었고, 이해해 주었고, 용서해 주었기 때문에 난 잘못하지 않은 것처럼 마음 편하게, 실수하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내며 살고 있지 않은가.

2,600원을 주고 산 두부인데 먹지 못했으니 돈이 아까운 마음도 들었으나 삶의 큰 가르침을 얻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화(禍)가 다가왔을 때 화를 화로 여기지 않고 나를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으니 도리어 복이 된 격이다.

먹지 못하고 버린 두부 속의 철수세미 조각은 내게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네 허물을 용서받지 못했다면 넌 지금쯤 우울증 환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남의 실수를 눈 감아 주고 이해해 주고 용서하며 살아라. 남이 가는 길을 막지 말고 길을 내어 주고 길이 되어 주어라. 그것이 네 영혼이 잘 되고 네 자손이 잘 되고 범사가 잘 되는 길이다.'

/박순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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