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27일

경실련의 박병옥 사무총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가) 정치운동을 하려면 그 컬러를 드러내라"고 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려면, 시민운동이 아닌 정치운동으로서 "커밍아웃(coming out)을 하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라는 간판 뒤에 숨어서 국민을 현혹시키는 정치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시민단체는 암울했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으며, 이후에도 깨끗한 정치, 재벌 개혁, 부패 척결, 환경 운동 등을 주도해 국민의 큰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영향력은 커진 반면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졌다. 권력화, 정치세력화 했다는 비판 속에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시민 없는 시민단체 친 정부기구 등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성균관대와 삼성경제연구소가 3년 동안 진행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 2003년, 2004년 연속 1위에 오른 시민단체 신뢰도는 2005년 5위로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6월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의 사회단체 정기여론조사에서도 시민단체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52.6%)이 신뢰한다(41.5%)보다 많았다.

시민단체의 신뢰도 추락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자생력을 기르지 못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ngo(비정부 기구)의 본분을 지키지 않고 정부에 대거 참여한 것이 주요인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장관, 국무총리를 배출했으며 요즘도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시민운동이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시민단체는 말 그대로 비정부기구다. 정부에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순수성은 떨어지고 시민들로부터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정부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정부를 비판하겠는가. 이젠 참여에의 유혹을 떨쳐낼 때가 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지난달 내부 혁신에 나서겠다고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정치활동을 하려면 시민단체 간판은 내리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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