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삭감에 반발 등 거세져

미국 영어출판사인 미리엄 웹스터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긴축(austerity·緊縮)이다.사전적 의미로는 바짝 줄이거나 조임, 또는 재정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것 등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허리띄를 졸라맨다는 것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그리스 경제위기나 유로 존의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각국이 긴축재정안으로 도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검색해 선정하게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가 돈을 풀지않으면 이는 곧 지자체 예산의 동맥경화를 불러 일으키게 되고 연쇄적으로 주민들의 팍팍한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가 될 수 도 있다. 아무리 지방자치제라 해도 재정자립도가 취약한기초단체가 허다한 현실로는 중앙정부의 수혈을 목매어 쳐다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불가피 하기에단체장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선단체장들은 모자란 돈을 채우기 위해 일년 열두달 국회나 중앙부처를 기웃거려야 하고 특히예산 편성시기에는 모든 연줄과 발품을 팔아서라도단 한푼의 나랏돈을 더 끌어오려고 아등바등이다. 빈 곳간의 쌀을 얼마나 채웠냐 하는 것은다음번 선거때 표와 직결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치적 사항이기에 더 더욱 매달리게 된다.

요즈음각 자치단체 내년도 예산이 의회의 의결을 거쳐 속속 확정되고 있다. 지자체의 한해 살림규모인 예산은 이변이 없는 한 매년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유독 청주시만은 지난 해보다 7.9%줄어든 9천200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해 여당 시장이 1조원 시대를 열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야당후보가 수장에 당선되고 의회마저 민주당 장악으로 개변하자 1조원 예산 자랑은 이들에 의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행정과 조기집행을 하는 바람에 금고가비어 쓸돈이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당시 예산관련 부서 공무원들이나 더 윗선까지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벼르고 있다. 과거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들여다보겠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실은 의원들의 재량사업비 등 집행등이 어려워진데 대한 일종의 보복같은 느낌이 든다. 야당의 숫자 밀어붙이기에 여당의 항거는 역부족이다. 같은 편을 보호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기력에 화가 날법도 하다.구여신야의 처지가 뒤바뀐 정극(政劇)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있는 예산이라도 효율적인운영을 하는 게 중요하다.아무리 칼질하는 게 의회의 기본권한이라고 하지만 상식과 공공성의 개념에서 벗어나 과거로 부터의 단절을 앞세우는 것은 공공복리와 시민의 편익증진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다수결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도 하지만 의도가 숨어있는 다수결은 강자의 횡포이다. 우리는 이를 얼마전 국회예산 의결과정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청주시의회의 건별 표결을 통한 일부 항목의 예산 조정은 큰 맥락에 있어 이와 다름이 아니다.배지는 달고 있지만 식물상태에 가까운 한나라당 의원들의 존재감은 없어진지 오래이다. 칼질을 당한 측의 입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여러군데서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은 분명 상대방의 합목적성과 관례, 그리고 공공기여도 등에 대한 무시나 배려가 부족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객관적이고 보편타당성적인 측면을 이탈해 마음 가는곳에더 얹혀주는 그런 균형의 상실이 시민들의 눈에 비쳐져서는 곤란하다.전체적으로 긴축편성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내떡만 더 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어느 정도 이해시키려는 과정이 없어 보이는 것은세금을 내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측면도 있다.

더 짚어본다면 이러한 잡음은 비단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기초단체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려온다. 이해상관이 맞물려있는 지역의 특성상나름대로 고민하고 배정을 했겠지만 서운하고 분개하는 쪽에서는 할말이 많다. 칼을 쥔 사람이 잘 쓰면 정의의 검객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망나니가 된다.만약 망나니에게 칼이 쥐어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에 맡긴다.

/이 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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