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 사태를 보면서 충북도민들은 이제는 지겹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수십년간 학내 분규가 끊이지 않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서원대는 청주대에 이어 충북의 제2대 명문사학이다. 그런데도 늘 말썽이다. 이런 가운데 서원대를 인수하려는 현대백화점 그룹이 '조건부 인수' 의향을 밝혔고 이에 서원대학교 총학생회, 직원노조, 조교노조가 현대백화점의 학원인수를 찬성하고 나섰다고 한다.

서원대 사태는 설립자인 강기용 이사장이 타계한후 아들 강인호씨가 이사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강씨는 1992년 거액의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임시 이사진이 파견되어 정상화 되는듯 했다. 임시 이사는 말그대로 임시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를 선택해야 했다. 1996년 새 이사장에 자금력이 있다는 최완배씨가 선임됐다.

그러나 최씨 마저 자금력이 부족, 학원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데다 설상가상으로 1999년 학교 자금을 횡령해 인도네시아로 도피했다. 서원학원은 다시 임시 이사가 파견됐고 서원대 구성원들은 법인영입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03년 서원대의 빚을 청산하는 조건으로 박인목씨가 다시 새로운 이사장으로 영입됐다.

서원대의 빚을 청산하는 것이 전제였던 박 이사장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또다시 학내 분규가 시작됐다. 서원대는 들어 오는 이사장 마다 한결같이 문제 투성이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새로운 이사장을 영입할때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 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일단 일반인과 다른 법인인데다 상당한 자금력도 가지고 있다. 이외 대외적인 이미지도 좋아 개인이 인수하는 것 보다 낫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충북도민들도 상당수 현대백화점이 서원대를 인수한다면 학교가 한층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서원대 인수에 여러가지 장애물이 발생하자 최근 서원대 미래창조관 세미나실에서 서원대 교수, 직원, 조교,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갖고 '인수 조건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체결한 합의서 내용이 유효한지 재확인해줄 것, 구성원들은 인사문제에 절대 개입하지 말 것, 교수회 등 학내단체는 학교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행위를 삼갈 것, 학원인수 전에 인수조건이나 마스터플랜의 제출을 촉구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현대백화점이 학원인수 계획을 포기하고 박인목 전 이사장이나 학원인수를 원하는 제3자에게 채권을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힌것이다.

이에대해 서원대 직원노동조합은 전체 회의를 열고 참석자 95명 전원이 현대백화점 그룹의 학원 인수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학내 게시판에 공표했으며 조교노동조합 조합원 79명도 총회에서 찬성의사를 표명했다. 총학생회도 최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 찬성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교수회인데 교수 40여 명이 이미 찬성의사를 밝혔고 이메일 등을 통한 찬반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원대는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한후 현대백화점 측에 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서원대 구성원들도 개인보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백화점 측이 빠른 인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고질적인 서원대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은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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