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앞에 겸손해야

2010년도 이제 나흘밖에 남지 않은 세모다.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 등으로 6·25동란 이후 그 어느 때보다'국가 안보 위기'가 요동치고 있는 이 경인년의 한 해가 며칠 후면 영겁의 세계로 사라진다. 이때를 맞아 각계의 연말 결산과 미진 사항에 대한 자성이 넘쳐나고 있다. 중앙은 물론 지역 언론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연말 결산 기사가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언론사 외의 대상에 대한 공과를 집약, 보도하고 있으나, 예년과 다른 차별성 분석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타성적인 연말 특집 기사의 패턴을 크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특히 지역의 일간신문을 선호하고 있는 독자들은 " 지역 신문들이 한 해를 결산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 남의 일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지고 있지만 정작 신문들 자신의 행보에 대해서는 눈 감고 그냥 지나가고 있다"면서 "남의 흠을 비판하려면 우선 자신의 허물 여부도 독자들 앞에 고백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 있다. 우리 지역 언론의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그러한 지적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신문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원으로서 도민들 앞에 지역 신문의 고충과 자성의 일부를 피력하려 한다.

-독자 앞에 겸손해야

열악한 광고 시장과 구독자들의 중앙지 선호 경향 등 척박한 지역 언론 환경으로 최근 그 어느 해도 얼굴 주름살 펴고 지낼 수 없었던 게 전국 지역 일간 신문의 처지다. 그리고 올 해는 더욱 그 정도가 악화된 상황에서 너나 구별 없이 고전한 한 해였다고 하겠다. 신문 경영층과 일선 기자들은 언론사의 존립과 본연의 신문 기능과 역할 등을 수행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겠다. 모두들 '숨이 찬 언론 한 해'를 지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tv 등 영상매체와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 확대로 일간 신문의 파워는 갈수록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광고주협회가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미디어리서치' 결과에 의하면 신문 구독률은 2001년 51.3%이었으나 2010년에는 29.5%로 떨어졌다. 미디어별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tv1백53분. 인터넷68분. 라디오 31분. 신문15분으로 조사됐다. 신문이 주류미디어의 위치를 상실하고 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한국abc협회가 지난 11월 29일 116개 일간 신문의 2009년도 발행. 발송부수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충북의 6개 일간신문별 부수는 3개사가 1만부를 겨우 넘기고 있고, 다른 3개사는 7천부도 되지 않는다.. 대전. 충남지역 일간지 중 3개 신문은 충북보다 부수가 많다.

-그래도 분발해야 한다

실상이 이런데도 발행 부수가 하위에 있는 신문이 서로'대표신문'이라고 자칭하고 있는 행태는 동종업계의 웃음거리에 다름 아니다. 다 아는 사실을 침소봉대 하면 도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솔직하고 겸손해야 한다. 일간지의 난립 속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광고시장과 구독률 저하-영향력 감소 등은 지역 일간지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홍보비 등을 의식, 관과 기업 등의 눈치를 보면서 '자치단체장 어천가'나 읊조리고'특정 기관. 기업의 홍보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그리고 도민의 대변지가 되겠다고 하면서도 정치 및 관급 기사에 치중한 채, 취약 계층인 노인, 노동자, 장애인, 결손가정 등의 권익보호를 위해 얼마나 심층적으로 취재, 지면을 할애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회 각 분야 전문화 추세 속에서취재 현장의 기자들이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자기 전문성 제고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언론 동지들, 이 해도 수고 많으셨다. 도민과 함께 신묘년 새해에는 더욱 건승하시라!

/김춘길 본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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