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콩·소금 등 넣어 만든 발효식품

[충청일보]고추장은 콩으로부터 단백질원과 구수한 맛을 얻고, 찹쌀·멥쌀·보리쌀 등의 탄수화물 식품의 당질에서 영양분과 단맛을 얻으며, 고춧가루에서는 색과 매운맛을 얻는다. 또한 간장과 소금에서 짠맛을 얻는다. 맛과 영양의 조화미가 강조된 고추장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독특한 발효식품이다. 영양에 있어서도 단백질·지방·비타민b2·비타민c·카로틴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전래의 장류 중 가장 뒤늦게 우리 식생활에 들어온 고추장은 고추가 도입되면서 정착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매운맛을 가진 산초, 권초, 호초 등을 이용해 매운맛을 낸 것으로 보인다.

고추는 발한과 식욕촉진, 건위제, 회충의 구충제로 쓰여 왔다.

또한 호흡기계통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면역력을 증진시켜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빠르게 하며, 피부를 자극해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키는 약리작용도 한다.

특히 고추의 캡사이신은 발암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이용해 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추장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숯·대추·소금에는 고추장의 맛을 내는데 저마다 큰 역할을 한다. 물은 장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약수나 생수 등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 좋다. 소금은 장의 간을 맞추거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넣는다. 고추장의 간은 보통 간장으로 하지만, 색깔을 맞추거나 담그는 시기가 늦어졌을 경우 소금으로 조절한다. 숯은 발효에 유익한 미생물에 서식지를 제공하며, 아플라톡신과 같은 혼입된 독성물질을 흡수·제거하며, 부패를 방지하고 미네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대추는 장맛을 달게 하고 대추의 붉은색이 잡귀를 물리친다는 민속신앙에 따라 대추를 넣는다.

고추장을 발효하는데 작용하는 발효미생물균으로는 고초균과 효모균을 들 수 있다. 고초균은 메주균의 일종이다. 단백질과 전분을 분해하면서 맛을 깊어지게 한다.

효모는 탄수화물로부터 주정과 함께 향기 성분을 만들어 낸다. 고추장 보관시 끓어오르는 이유는 주정과 함께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효모는 술을 제조하는데 사용하나 주정과 탄산가스를 내어 고추장이 부풀어 오르게 하며 향기를 개선하는데 관여한다.

현재 고추장의 제조 방법으로는 종균을 이용해 코지를 만든 다음 대량생산을 하고 있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추장과 야생미생물에 의해 자연 발효된 메주를 이용해 고추장을 생산하고 있는 전통 고추장으로 구분될 수 있다.

공장산 고추장의 경우 단일 종균인 아스퍼질러스 계열의 곰팡이를 이용해 코지를 만든 다음 여기에 각종 부재료를 혼합해 속성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나, 전통고추장의 경우 특정 미생물에 의존하지 않고 야생미생물에 의해 자연 발효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메주표면에서는 곰팡이인 아스퍼질러스에 의한 전분질이 분해가 일어나고, 메주내부에서는 효모인 사카로미스가 일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전통고추장 특유의 맛을 생성하는데 관여하며, 이러한 발효특성으로 전통 고추장은 공장산에 비해 독특하고 풍부한 맛이 발생하는 것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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