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라도 전쟁에 준하는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나서야 잡힌다.

-개탄스러운 정부대응

이번 구제역에 정부가 한 대응은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다. 국경에서 막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자. 11월 23일 최초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지만, 경북가축위생시험소에서 간이킷트 검사로 음성 판정, 초기 확산을 막는 데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발병 신고 일주일전에 분뇨처리회사차량이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서 분뇨를 싣고 경기도 연천 일원으로 돌아다닌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수도권 일원에 구제역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 마디로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가 화를 자초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역활동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야간에는 활동이 멈춘 곳이 많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호남, 경남에도 구제역이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백신접종에 있어서도 기준이 없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했다.

지난 1월5일 불가리아에서 새로 구제역이 발생하였지만 이를 가장 먼저 국민들에게 알려야할 수의과학검역원 해외발생 정보사이트에 게시조차 안 되고 있어 국경 검역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이다.

-구제역의 확산을 막지 못한 근본적인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축산농가가 시름을 앓고 있었지만지난 1월6일에서야 구제역 관련 긴급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한 게 전부이다.

신년사에서도 구제역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는 구제역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관심이 없으면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 게 상식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한가하게 뮤지컬이나 관람하는 여유를 부려 구제역 방제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공무원들과 농민들을 허탈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했다. 도대체 대통령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매일 페스트처럼 번져가는 재앙을 바라보면서 대통령은 아무 생각도 없단 말인가.

-지금부터라도 전쟁에 준하는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대통령이 나서야

구제역뿐만 아니라 조류독감까지 확산되어 국가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은 구제역과 조류독감 확산을 전쟁상태에 준하는 국가위기사태로 인식하고 직접 나서야 잡힌다.

△비상대책회의를 매일 개최하여 점검하고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40일 이상 계속되는 방제활동으로 공직자들이 극도로 지쳐있다. 이들을 위로하고 사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이들을 돕기 위한 병력이 즉시, 보다 대규모로 투입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도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여야 한다.

2월초 설에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있다. 이 정부는 1997년 대만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400여만마리를 살처분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축산업 기반이 거의 붕괴된 사례를 모르고 있는가.

-구제역에 대한 근본 처방은 사육환경 개선

한 해 약 2,400만명이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화 시대에 바이러스를 통해 옮겨지는 구제역은 항시 발생할 수 있다. 밀식사육 억제 등 사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구제역이 재발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육환경 개선을 통해 가축들의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동물복지를 고려하여 가축을 사육하는 미국이나 서구에서 최근 구제역 발생이 드문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효석 국회의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