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떠오르는 첫 붉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신년소원을 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을 것이다. 지난해 여러가지 복잡하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신년에도 화두는 당연히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세대에 대한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이라면 사사로이 한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기 쉬우나 교육이야말로 모름지기 국가가 큰 비전을 제시할 중차대한 문제며,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린 문제다.

필자가 속한 7080세대에게는 치열한 입시제도 속에서도 나름대로 낭만과 희망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풍족한 가정보다는 평범한 가정이 더 많았고, 빈곤한 가정도 적지 않았다. 가구당 자녀들도 적게는 3명, 많게는 5,6명 정도였으니 지금보다 2,3배는 족히 되었다. 따라서 여유롭지 못한 살림에 모든 자녀들이 다 고등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 때는 모두에게 꿈과 희망이 있었다. 소 팔고 알뜰하게 모아 가정의 희망인 장남을 공부시키면 그 자식이 노후에 보험이 된다는 희망, 직장 다니면서 오빠나 형의 학비를 보태면 그 덕분에 후일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 그러기에 힘든 세월을 참고 견뎌낼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나의 노력만으로 이름을 얻고 한 가정을 일으키겠다는 소망이 실현가능한 꿈이었다. 또한 부모와 선생에 대한 존경심, 형제간의 우애, 벗 사이의 신의가 존재하여 모두가 어렵지만 그것을 참고 견딜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덥수룩하고 수수한 모습이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기를 꿈꾸는 s대학의 상징이 아니란다. 선의로 해석하면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이지만 내면적으로 보면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결과다. 복 중에 가장 큰 복이 부모복이요, 더하여 조부모복까지도 언급되는 서글픈 세상이 되었다. 나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태곳적 이야기로 들린다.

물론 이러한 외면적인 교육 이전에 내면을 갈고 닦는 인성교육이 선행되어져야 한다. 사람이 바르지 않으면 제아무리 화려한 경력도 그 빛을 잃기 때문이다. 학생들간의 폭력은 물론이고 선생을 폭행하는 학생 이야기에 이제 그다지 놀랄 사람도 없다. 사랑의 매라는 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다시 사랑의 매로 가르쳐달라는 부모도, 사랑의 매를 들려는 교사도 없다. 교사에게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후대를 양성한다는 사명감이 더 이상 없다. 교사는 단순히 하나의 직업으로 전락했다.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부모를 살해한 대학생, 지하철 반말녀 등 인성교육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속속 들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그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그 빈도는 점점 더 잦아질 것이다.

태어날 때 금 숟가락 물고 나온 사람만 그런 류의 교육을 받고 일류대학 가서 평생 그렇게 산다면 그것은 불공평하다. 언젠가는 금 숟가락 물어보는 것이 더 이상 범인의 희망이 될 수 없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 사람의 말 중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말이다. 모든 국민은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를 이것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 결손 가정, 농어촌 가정,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애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교육을 통한 인성교육과 평등한 교육에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묘년은 '개천에서 다시 용 날 수 있는' 그래서 젊은이들이 꿈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희망찬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현숙(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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