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과학벨트 약속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우리는 강력한 응징과 남북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두가지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 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강력한 응징'을 선언했고, 그 일환으로 '고강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민주당 등 일부 야권은 일제히 북한을 자극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사격훈련을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논란속에서도 '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오히려 더욱 강력한 훈련을 통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사격훈련' 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용 지지율은 50%를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사격훈련을 중단하고 북쪽에 대화를 제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론이지만, 북한의 '외줄타기' 외교에 휘말려 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의 불행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다.

지난 2007년 12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유세를 통해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해 세종시를 명품 과학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했고, '충청권 과학벨트'를 덧붙였다. 충청권의 성난 민심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고,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과 충청권 과학벨트를 약속대로 이행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종시 원안이 추진되는 만큼 과학벨트는 전국 공모를 통해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충청권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은 비단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지도자들이 그렇고, 무엇보다 건강한 보수세력도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시와 과학벨트에 이어 이 대통령이 충청권에 약속한 또 하나의 국책사업이 있다. 지난해 2월 9일 충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충북 경제자유구역'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즉시 시행'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는 기존 fez 구조조정을 빌미로 '충북 fez' 지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고 나서 올 상반기 중 신규지정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전국 4곳 광역단체가 경쟁하면서 '충북 fez'도 불투명해지게 만들고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이처럼 세번에 걸쳐 충청권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세종시 원안추진과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충북 fez 등이다.

대통령의 약속은 엄중해야 한다. 그리고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은 혼란에 빠지고 국가와 민족을 향한 충성심도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세종시 원안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출범초기 인구 5만 명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볼때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은 정부와 국민이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이행하지 못할 내용이면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구제역과 ai, 신종플루 등 3대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국민들은 불안하다.

국민들의 불안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벌써 2012년을 향하고, 잠룡들의 '복지전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약속을 지키면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조기 레임덕' 조장에 올인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을 강력히 경고할 수도 있다.

/김동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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