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사람까지 잡고 있다. 구제역이 장기화 하면서 방역과 예방접종,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다가 안전사고를 당한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만 두달이 지나면서 살처분 가축이 사상 최대인 272만마리를 넘어섰다.

정부가 지난해 12월25일 부터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 전국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데도 구제역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피해 지역만도 8개 시·도로 넓어졌다. 최다 한우산지인 상주,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 등이 구제역에 감염됐으며 명품한우 산지인 횡성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살처분, 매몰 규모는 4913농가 272만3811마리로, 가축별로는 소가 3374농가 14만4249마리, 돼지가 1258농가 257만3319마리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는 지금까지 79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돼 이 가운데 38건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살처분 보상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방역에 들어간 비용만도 2조원을 넘는다. 피해액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소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은 끝났지만 돼지는 백신 부족 등으로 접종이 원활하지 않다. 백신은 접종후 2주가 지나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고 이 시기를 전후로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 달간은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구제역 방역과 관련해 충북도내에서 공무원 21명, 민간인 4명 등 25명이 부상했다. 이중 중상자도 8명에 달했다. 지난 24일 괴산군 6급 직원 김모씨가 방역초소에 물품을 운반하다 차량이 전복돼 부상당했으며 21일에는 진천군 7급 공무원 이모씨가 살처분 작업 중 굴착기 바퀴에 발이 깔려 수술을 받았다. 또 축산위생연구소의 공익수의사는 지난 11일 살처분 작업을 하다 소 발에 차여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예방접종 과정에 소에 받힌 경우는 7건이며 한 직원은 마취약을 주사한 소가 갑자기 돌진하는 바람에 오른발 타박상과 종창 등 상처를 입기도 했다. 수난 당사자는 대부분 공익수의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충북에서 구제역이 가장 먼저 발생한 충주시 공무원 2명도 과로로 병원 신세를 졌다.

이처럼 사고가 잇따르자 충북도는 출산 직후의 여직원과 평소 각종 질환을 앓던 직원의 경우 근무 배치를 제외하는 등 배려하고, 방역 업무 중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각 시·군에 당부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들은 조를 짜서 구제역 초소에서 방역 업무를 하고 있는데 여직원이나 야간 근무 직원들의 경우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추위로 방제약이 얼어 붙어 이를 치우느라 고생을 하고 있으며 여직원들의 경우 초소 인근에 화장실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구제역 확산은 초기 대응 실패에 원인이 있다.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해 11월29일이지만 이보다 2주전 경기도의 한 축산분뇨 시설업체가 안동 축산 농장의 분뇨를 파주에 있는 공장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공식 확인된 시점이 지난해 12월15일이었으니 한 달 동안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 방역을 시작했지만 바이러스는 벌써 여러 경로를 통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하루라도 빨리 구제역을 잡아야 한다. 이를위해 설 명절을 전후하여 최대의 방역 작업을 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3000만명 이상이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설 명절은 구제역의 전파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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