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한다. 삭막한 세상이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온 인류는 전쟁 중이다. 모든 것이 정지 상태로 머물러 있는듯하지만 시간은 흘러서 봄여름이 지나 갔고 가을의 문턱이다. 봄에 꽃은 피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제대로 시선도 받지 못했고 여름은 태풍과 긴 장마로 사투를 벌였었다. 진정 이 가을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능 한이면 외출을 하지 않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감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무기력증이 심할수록 위안이 필요했다.

우연히 유튜브 링크를 타고 다니다가 영혼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활절에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특별한 공연을 했다.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인류에게 건네는 사랑과 치유,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단독 공연이다. 두오모 성당의 초청으로 ‘music for hope’ 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공연은 유튜브의 협찬을 받아서 실시간 중계가 되었다.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인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최첨단 드론 촬영으로 보여 지는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화려한 유행의 도시답게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시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베네치아의 거리도 적막하고 쓸쓸했다. 텅 빈 도시들이 화면에 가득 차면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함께 드리는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 나는 부활의 기적을 믿습니다. 음악의 힘을 믿으며 우리 인류도 새롭게 태어날 것을 믿습니다...배려와 용기 행동하는 힘으로 이 시련을 극복할 것입니다” 백발의 신사 안드레아 보첼리(63세)는 첫 곡으로 두오모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반주에 맞춰서 세자르 프랑크의 ‘파니스 안젤리쿠스(panis angelicus)’를 불렀다. ‘생명의 양식’ 이라는 정말 아름다운 미사곡이다. 적막한 두오모 대성당에 울려 퍼지는 이 아름다운 음악을 천사들이 하늘나라에 전달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4만여 명이나 들어 갈수 있다는 두오모 대성당 안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와 안드레아 보첼리 단 둘만의 공연, 그 고요함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집중시킬 수 있나 싶었다. 구노의 ‘아베마리아’ 마스카니의 ‘산타 마리아’ 로시니의 ‘도미에 데우스’ 등 부활절 음악회를 위한 곡들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성당 내부에서 밖으로 걸어 나와 대성당 앞에 홀로 서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데 감동의 눈물이 쏟아졌다.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다. 예술의 힘은 위대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이었다는 반응을 쏟아내니 아마도 그의 노래는 치유 그 자체 였나보다.

기회가 되면 두오모 성당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서는 동네 성당이라도 편하게 갈수 있는 날들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잠시 멈춰선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며 삶과 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코로나 이후에 우리는 전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거라고들 한다. 좀 더 서로를 아끼고 좀 더 지구를 생각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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