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날아온 납부 사전 통지서

자칫하면 음성 군민 1900여 명이 압류, 나아가 재산이 경매될 처지에 빠졌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그만큼 복잡한 문제가 터졌다. 다름아닌 충북도의 감사 조치에 따른 '정화조 사건'이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필용 군수, 정태완 음성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군의회도 이 문제를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처분이라는 반응과 함께 충북도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슨 사연인가. 충북도가 지난 6월 음성군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여기서 지적된 여러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정화조 사건'이다. 정화조, 다시 말해 개인하수처리시설은 하수도법에 따라 1년에 1차례 이상 청소를 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지금껏 별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 규정이 있는지조차 대부분의 군민들이 몰랐고, 여태까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행정처분(과태료)을 받은 지역민도 없었다. 이른바 사문화 된 규정이다.

-난데없이 날아온 납부 사전 통지서

그런데 충북도가 감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그리고 관련 법을 안 지킨 5153건에 대해 14억3200만 원의 과태료를 처분토록 지시했다. 문제는 그 다음. 상급기관의 감사처분 지시에 따라 음성군이 과태료를 부과하려했더니 반발이 보통 심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의제기 과정을 거쳐 1952건 5억800만 원을 최종 납부 대상으로 확정하고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그렇지만 과태료 납부 대상자가 된 주민이나 어쩔 수없이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한 음성군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같은 다른 자치단체는 그대로 두고 왜 음성군에만 지금껏 가만있다 갑자기 그런 조치를 취하도록 하느냐는 게 그 요지다. 사전에 모두 관련 규정을 지켜야하고, 법을 어겼다면 똑같이 제재를 받아야함에도 음성군만 그런 조치의 대상이 된 게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 소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는 음성군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충북만 적용되는 건 더더욱 아니고, 국가 전체에 해당되는 사안임에도 조그만 음성군에만 이런 조치를 내려 1900명이 넘는 과태료 납부 대상자를 만들어낸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충북도 역시 이에 대해 할 말은 있다. 어찌됐든 법을 어긴만큼 그에따라 상응한 처분을 받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급 자치단체인 음성군의 집단적인 반발에 오히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가 매끄럽지 못한만큼 다음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으면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감사도 우선 납득할 수 있어야

일이 이 지경까지 왔지만 충북도나 음성군 모두 엎지러진 물, 어떻게든 이번 일을 처리해야 할 판이다. 그렇게하려면 납부 대상자인 주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충북도나 음성군 모두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살릴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예 조치 제안을 해본다.

늦었지만 일정한 기간 안에 과태료 납부 대상자가 미뤘던 정화조를 청소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확인서를 자치단체에 제출하면 이번에 한 해 면제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랐던 납부 대상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고, 형평성 논란과 주민 반발이라는 안팎의 어려움에 빠진 음성군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충북도 역시 사후 지적만 능사가 아닌 예방 감사라는 감사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 아닌가.

/박광호·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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