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집 콕, 방콕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모임도 취소되고 여행도 갈 수 없으니 갑갑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던 중 지난달에 친구 생일에 초청을 받았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족끼리 식당 넓은 홀을 빌려 한다고 했다. 친구는 올해 회갑이다.

언제부턴가 회갑잔치란 말이 옛말이 되었지만, 언니들이 결혼도 안한 동생을 위해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단다. 행사진행을 맡은 언니가 가족소개를 하는데 언니들이 많아 보는 우리들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40여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친구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소회를 말할 때, 진심을 담아 위로와 격려의 큰 박수를 보냈다. 언니들이 동생을 위해 목걸이, 반지 등을 준비하여 목에 걸어주고 팔에 채워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형제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형부가 처제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눈이 어두워 고리가 안 보인다며 웃는 형부의 모습은 많은 웃음을 줬다. 건강하게 잘 살아준 동생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배운 색소폰 연주 하는 언니의 모습에서 형제가 있어 외롭지 않은 친구를 본다.

언니들이 보기에는 결혼안한 동생이 안쓰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친구는 그 동안 열심히 살아왔다. 혼자 있어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했고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후회 없이 살았을 것이다. 남들 하는 것 다하고 사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은 아닐 게다. 유행가 가사처럼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도 있듯이 꼭 결혼을 해야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게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본인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지 싶다.

조카들을 사랑하는 친구를 보면 아이를 꼭 낳아야만 모성이 있는 것이 아님을 필자는 보았다. 엄마들이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듯이 조카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친구가 오늘따라 더 대견해 보인다. 노처녀의 행복한 회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오래전 아버지 회갑 날이 불현듯 생각났다. 시골 읍내의 호텔에서 칠남매가 정성껏 준비했었다.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엄마랑 함께 회갑 상 앞에 앉아 찍으신 사진을 보면 참 곱다는 생각과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저며 온다.

칠남매 키우시며 고생만 하시다 일찍 가신 아버지를 위해 그나마 회갑연을 해드렸다는 것이 살아가면서 작은 위로가 되곤 한다.

그날 하루지만 온전히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날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게다.평소에 들을 수 없는 아버지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던 날, 사위 등에 업혀 좋아 하시던 아버지, 그 때가 어제처럼 생각나 그립다.

아버지에게 못한 아쉬움을 덜기 위해 엄마에게 잘 해드리자 다짐을 하지만 쉽지 않다. 모든 것들이 지나간 후에야 깨닫게 되니 참 어리석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갖은 친구도 이 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가길 기대하며, 친구야! 우리 넓은 세상을 향하여 끝까지 함께 가자.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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