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노인 늙은노인

망년회, 신년교례회 등으로 시끌벅적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을 코앞에 두고 새봄 얘기가 나도니 참으로 유수와 같은 세월이다. 아이들이야 한 살 더 먹음을 즐거워 하고 젊은이들도 나름대로 세월과 나이 먹음을 반기는 눈치다. 그러나 나이가 지긋한 장년을 시작으로 노년기에 접어들면 대부분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한탄하는 보습이 역력해 대조를 보인다.

대부분 초로(初老)에 접어들면 세월의 무상함을 되내이며 거울속에 비치는 본인의 얼굴에, 목주위 주름살에, 히끗히끗 하거나 듬성듬성 빠지는 탈모현상의 머리를 바라보며 긴 한 숨을 쉬기 일쑤다.

-젊은노인 늙은노인

관련 법을 떠나 의료와 식문화 등의 발달로 활동연령과 성수명 등이 크게 늘어난 요즘 세태에 실제 노년층 나이를 과연 몇 살부터 적용할 것인가는 불분명 한게 사실인 듯 싶다. 실제 주변을 보면 70대, 80대에도 청춘을 유지하는가 하면 40~50대에 이미 노인이 돼 흐물거리는 사례가 적잖아 노년층 기준을 생물학적 나이로만 가름하기는 사실 어렵다.

다만 국민연금 지급 기준이 60세이고 노인법에 따라 65세가 되면 기초 노령연금 수급 대상자 정도가 관련 규정이다. 그렇다고 그 나이에 실제적 노인대접 받기는 힘든게 요즘 세태다. 요즘 시내버스나 전철 등을 타보면 노약자석에 버젓이 앉아 휴대폰 문자보내기에 열중하는 젊은층이 많은데, 이들 거의가 노인을 발견해도 자리 양보를 외면한다. 가정에서는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고 사회에서도 나이 대접 못 받는 노인들 처지가 참 딱하게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나이 70~80대에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사회 각계에서 왕성한 자세로 근무하는 노인들도, 은퇴후 등산이나 스포츠, 취미활동 등을 통해 노년층 삶을 보람있게 즐기는 실버들도 부지기 수다. 어떠한 몸과 마음으로 노년을 보내는가는 노년 여생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최근 한 언론사에 게재된 글귀를 하나 소개해 본다. "환갑(還甲)에 데리러 오거든 지금 없다고 하여라/ 고희(古稀.70)에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이르다고 전하라/ 산수(傘壽.80)에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모있다 전하라/ 졸수(卒壽.90)에 데리러 오거든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된다 전하라/ 백수(百壽.99)에 데리러 오거든 때를 보아 스스로 가겠노라 전하라"

우리의 장수세태를 해학적으로 풀이한 코믹성 글귀가 아닌가 보인다.

-노년기 부정형은 고단해

누구나 늙어가는 모습은 거의 유사하다. 다만 심리적으로 노화현상을 수용하고 적응해 가는 양상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어떤 노인은 노화의 위협에 사로잡혀 불평과 불만 속에서 징징거리며 사는 반면, 노화에서 오는 갖가지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평안함과 고상함을 지닌채 당당하고 아름답게 여생을 즐기는 노인도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인생의 성공과 실패, 노화현상들을 담담하게 수용하며 후회없이 현실에 만족하는 '성숙형노인'과 노화현상에 당당하게 맞서며 역동적이고 활동적으로 노력해 나가는 '무장형노인' 등이 긍정형으로 아름다운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누군가를 탓하거나 시대를 잘못 만났다는 등 입만 열면 불만과 남 탓으로 일관하는 '분노형노인'과 모든게 내탓이라는 '자학형노인'은 항상 불만과 부정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노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거의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게 보통이다.

아름다운 황혼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의 긍정적 의식화와 함께 각계의 대대적인 홍보전략이 아쉽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김영대 충북도립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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