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장연덕 칼럼니스트

주위에서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하소연, 끊임없이 본인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동조를 구하는 사람, 본인이 겪은 불행과 불안을 남에게 계속 설명하며 공감을 요구하는 사람, 만나고 나면 피곤함이 밀려오는 사람, 말하는 시간이, 듣는 시간보다 길어서 듣다보면 귀가 뜨거워지게끔 하는 사람. 이런 유형의 사람을, UCLA의 정신과 임상교수 주디스 올로프는 “에너지 뱀파이어(흡혈귀)”라고 명명했습니다. 남의 에너지를 흡혈귀가 피 빨아먹듯이 흡착해간다는 의미입니다.

이제까지 써놓은 에너지 뱀파이어를 설명한 문장에서 “사람”을, “정당”으로 바꿔보십시오.

어떤 정당이 떠오르십니까. 혹은 “사람”을, “정치인의 이름”으로 바꿔보십시오. 누가 떠오르십니까. 주변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저 위의 문장의 “사람”칸에 대입해보십시오.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름이나 종교의 이름, 가족의 명칭이나 가는 장소의 이름도 대입해보십시오. 에너지를 뺏겼는지 얻었는지, 서로 교환하며 상생하였는지 같이 망했는지 구분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소시오패스(반사회적인격장애자)의 특징 중, 일부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남의 상태에 관심이 없고,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과 감정, 자신의 인생 서사에만 몰입해있고 남의 에너지를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화됐다는 점에서는, 일치하는 면이 상당합니다. 이런 사람이, 단순 인물 1인이 아니라 공당(公黨)이거나, 특정 종교이거나, 대기업 등의 주체라면 문제범위가 커집니다.

만일, 우리 사회 안에, 에너지 뱀파이어이면서, 동시에 소시오패스인 주체의 성격이, 저런 집단에 부여됐다면 그것이 곧 독재가 되고, 또 타락한 종교가 되고, 노동자의 권리를 교묘하게 해치는 기업체가 되니 평범한 문제가 아닙니다. 소시오패스, 이들은 여론을 충동질해서 자신보다 나은 상대 혹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상대를 공격해서 제거하는 솜씨가 탁월합니다. 편가르기와 패싸움을 일으키기는 하되, 타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익은 본인이 가져가고 손해는 자기편으로 포진해두었던 장기판의 말 같은 이용대상이 그대로 보게끔 합니다. 그러다 정체가 들통날때는 눈물로 호소하며 동정심을 자극해, 자신이 약자임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어떤 정당이든지, 징징거리고 우는 소리만 반복하면서, 정작 국민의 오늘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현실적 대처가 결여돼 있고, 오직 내 입장, 슬픔, 어려움에 집중해서 날 도와달라고 반복해서 하소연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 정당은 국민입장에서는 그저 에너지 뱀파이어임과 동시에 소시오패스입니다. 국민은, 국민의 생계와 불안함과, 억울함,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때로는 특정 종교와 종교인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그렇게 지지를 보내는 대상의 특징을 들여다보십시오.

“그들이, 듣고 있습니까, 말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에너지를 뺏어가는 중입니까, 돌려주는 중입니까.”

나는 왜, 세금을 내고 나서 권력 잡은 이들, 그 권력을 추종하는 이들의 양떼몰이 같은 강요와, 내 개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폭력을 용인해줘야 하는지, 질문해보셨으면 합니다. 또 종교인을 추종하고 지지하고 돈을 내고 나서, 내가 살림이 나아졌는지, 내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지, 저 종교인은 흠없는 진리를 얘기하고 나서 나보다 흠없이 살면서 나한테 선생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질문해보셨으면 합니다.

내 돈 내 시간 내 에너지를 지불하면서까지 상대를 섬기는 중은 아닌지 되돌아보셨으면 합니다. 마치 특정 정당이, 종교가, 혹은 정치인이,종교인이, 또는 대기업이, 혹은 그 대기업의 총수가 잘못되면 나라가 망하고 정치가 망하고 경제가 망가지고, 기업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하소연”을 징징대면서 반복하는 상대가 있다면 물어보십시오. 스스로에게. “저들은, 나에게, 무엇을, 대가로, 되돌려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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