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권신원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급변하는 사회를 반영하듯 신조어들도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지고 있어 하나 하나 그 뜻을 알아보고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신조어가 있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본캐’와 ‘부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요즘 적잖이 접하는 신조어인데, 원래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상에서 하나 이상의 캐릭터를 가지게 되면서 주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캐릭터를 본 캐릭터. 또 다른 목적으로 키우는 캐릭터를 부 캐릭터라고 부르던, 어찌 보면 게임 용어인데 어느덧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역시 연예인과 매스컴의 영향이 적지 않다.

얼마 전 개그맨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유재석씨가 음원을 내고 가수로 데뷔를 했다. 예전 같았으면 같은 이름을 사용하면서 가수로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새를 취했을 텐데, 뜬금없이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데뷔를 했다. 본 캐릭터는 개그맨 유재석, 부 캐릭터는 가수 유산슬의 포맷으로 새롭게 대중에게 어필한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는 김신영씨는 김다비라는 부캐로 가수 활동을 겸하고 있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1인 방송을 포함한 SNS 활동이 보편화 되면서 본인의 취미 활동을 포함하여 서로 상반된 모습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회사원이 온라인에서는 먹방 스타로 활동하고, 과수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멋진 인터넷 가수로, 전문 프로그래머가 피트니스 동영상 강의를 하고, 가정주부가 뷰티크리에이터로 SNS에서 활동 하는 등 여려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경제활동 측면에서 보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의 급여가 넉넉지 않아 퇴근 후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일하는 경우도 있고, 자영업자들도 본업 외에 또 다른 수입원을 찾아 부업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경험할 수 있다. 젊은 층에서는 복수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용어만 신조어지 어떻게 보면 이미 우리 생활에 본캐와 부캐의 개념은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취미활동을 위한 선택적 상황의 부캐와 경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필수적 상황의 부캐는 사뭇 다르지만 우리들은 각자의 목적과 필요에 의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게임 속의 캐릭터를 사람에게 빗대는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이런 시대적 상황과 변화하는 사회를 대변해주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의무적으로 부캐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정도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나의 본 캐릭터를 더욱 훌륭하게 만드는 것도, 부 캐릭터를 멋있게 재창조 하는 것도 모두 해볼 만한 멋진 일인 것 같다. 단, 남들이 하니까 그것에 따라갈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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