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순응하며 진정한 語의 길 찾는

아름다우면서도 고된 여정 담은 시편

'하늘을 날던 말이 있었다/ 죽간에 갇혀 낡은 활자나 겅중대는 검은 말이 아니라/ 구만리장천이 자유자재인/ 신령스러운 흰 말이었다 한번 솟구칠 때마다/ 천지간의 말씀이 인동당초문으로 출렁였다/ 뿔에선 언제나 서늘한 서기가 뻗쳤고/ 갈기와 꼬리에선 날카로운 불꽃이 일었다/ 감히 범접 못 할 위용이었다' -'천마총' 中

충북작가회의 회장을 지낸 장문석 시인(사진)이 최근 다섯 번째 시집 '천마를 찾아서'를 펴냈다.

 

작가는 지난 2007년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서 소개된, 차·약재·곡물 등을 말에 싣고 차마고도를 오가며 교역하는 사람들인 '마방'에 주목했다.

그들이 다니는 길에는 벼랑, 잔도, 협곡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장애물들이 곳곳에 있고 그렇기에 말과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교역의 성패는 물론 자신들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런 마방의 길이 글을 쓰는 작가의 길과도 통한다고 말한다.

"마방과 작가는 똑같이 말을 다루는 사람들입니다. 말을 짧게 발음하면 말(馬)이고, 길게 발음하면 말(語)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차마고도는 말(馬)의 길이기도 하고, 말(語)의 길이기도 합니다. 말(馬)을 이끌고 가는 사람을 마방이라 한다면, 말(語)을 이끌고 가는 사람을 작가라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마방과 작가는 동격입니다"

그렇기에 장 시인은 자신이 '명마'를 휘두를 수 있다고 믿는 우쭐함이야 말로 작가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고백한다.

"적토마나 오추마의 주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타고난 자질에 피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함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설익은 마장마술 몇 개 앞세워 명마의 주인임을 자처했으니 그저 모골이 송연할 따름입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언제 어디서든 말과 혼연일체되는 삶을 살 때 궁극의 정점에 닿을 수 있으며, 그래야 비로소 하늘의 말 '천마'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작가는 그 아름다우면서도 고된 여정을 이번 시집 속 52편의 시에 담고 있다.

 

청주 출생인 장 시인은 1990년 '한민족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력(詩歷) 30년의 작가다.

시집 △잠든 아내 곁에서 △아주 오래된 흔적 △꽃 찾으러 간다 △내 사랑 도미니카, 시산문집 △시가 있는 내 고향, 버들고지 △인생은 닻이 아니라 돛이다 등을 출간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홍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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