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김장철만 되면 우리 친정은 한바탕 잔칫집이 된다. 칠남매가 엄마 집에 모여 김장을 하고 있는데 벌써 10년이 넘지 싶다. 엄마가 농사지은 배추, 무와 양념으로 겨우내 먹을 소중한 겨울양식을 마련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김장을 하기 위해 모인 우리는 예기치 않은 불청객과 마주 해야 했다.

친정에는 개와 고양이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은데 어느 날 유기견 두 마리가 허락도 없이 우리 장군이 집을 쳐들어왔다. 얼마나 오래 떠돌아 다녔는지 털은 엉켜 붙어 엉망진창이고, 눈도 덮여 잘 보이지도 않았다. 크기로 보아 엄마와 새끼 같다. 누군가 키우다 시골에 버리고 간 것 같다.  

그런 불청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동생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정들기 전에 119에 신고 해야 한다 하고, 유기견센터에 연락해 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유기견센터에 가면 안락사 시킨다고도 했다. 그런데 새끼개가 며칠 나갔다 들어왔다는데 건강상태가 안 좋았다. 좋아하는 고기를 주어도 먹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날이 어두워 졌을 때 조카들이 강아지가 안 보인다고 하여 주변을 찾아보니 집밖 덤불속에 들어가 있었다. 개는 죽을 때가 되면 죽을 장소 찾는다며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새끼 개는 김장하는 날 죽어 묻어주면서 모두 가슴아파했다. 다음날 모두들 우울한 마음으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불청객을 잊어 가고 있었는데 가족 채팅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 왔다. 사진 속에는 새끼를 낳은 엄마 개와 예쁜 새끼 세 마리가 있었다. 검은색 두 마리와 누렁이 한 마리다. 불청객이 새끼를 낳은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차마 보낼 수 없어 동생은 키우기로 맘먹고 목욕 시키고 털도 깎고 키운 것이다. 새끼를 가져서 낳을 곳을 찾아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며칠 후 마침 동생 생일이라 강아지도 볼 겸 친정엘 갔다. 집에 도착하여 강아지를 보기 위해 방에 들어가니 어미개가 따라온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일게다. 그런데 김장하는 날 하루 보았는데도 짓지도 않고 강아지를 만지는 내손을 물기는커녕 핥는다. 새끼와 안전하게 살아야 하기에 본능적으로 주인과 가족이라는 것을 아는 것일 게다. 이 추운 겨울 새끼 낳을 곳을 찾아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새끼와 돌아다니다 새끼도 죽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애처롭고 간절하다. 이집에서 조차 버림받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눈과 행동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느 날 찾아온 불청객을 처리업체에 보내도 되련만, 품어 키우는 동생이 대견하다. 식구처럼 살다 버린 반려견들이 너무 많아 사회적으로도 큰문제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반려견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반갑지 않게 찾아온 불청객은 이렇게 엄마집의 새 가족이 되었다. 이제 친정에 갈 때면 반겨줄 가족이 하나 더 생겼으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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