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지나온 과거는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의 집합이다. 후회가 남기도 하고 다행스럽다 안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나온 과거는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나 헤쳐나가야 할 미래는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다. 미래는 그저 가능성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그런 미래의 가능성에 배팅하는 행태가 투자고, 주식은 대표적인 투자행위이다.

작년 봄 코로나 사태 이후 증시는 패닉상태에 빠졌고 주가는 급락했다. 이를 매수 기회라 생각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를 외세에 맞선 과거의 동학운동에 비유해 '동학 개미'라 불렀다. 이후 증시는 빠르게 정상을 찾았고 연말을 거치며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활황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투기성 자본이 이끌어가는 주식시장은 위태로워 보인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유동성 장세는 결국 끝이 오기 마련이다.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폭탄을 받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파국 없이 돌아가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품에서 터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생리는 근본적으로 제로섬게임이라 누군가가 득을 보면 누군가는 실을 보게 돼 있다.    

하늘에 별의 움직임보다 대중의 생각이 더 어렵다며 인간의 광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던 뉴턴의 주식 실패담은 교훈을 준다. 뉴턴은 조폐공사 사장이던 만년(晩年)에 주식 투자를 한다. 처음에는 국영기업인 남해(South Sea)회사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주식은 떨어질 때보다 팔아버렸는데 계속 오를 때가 더 고통스럽다고 한다. 뉴턴이 판 후 주가는 더욱 오르고, 부자가 된 친구들을 보며 그는 바보가 된 기분이 되었다. 계속 오르는 주식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던 뉴턴은 결국 냉정을 잃고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올인한다. 그러나 천정을 친 주식은 거짓말처럼 빠지고, 뉴턴은 전 재산(현재 가치로 30여억 원)을 거의 잃고 겨우 빠져나온다. 그 후 뉴턴은 누구도 자신 앞에서 주식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게 했다고 한다. 뉴턴 같은 천재도 질투와 탐욕으로 자신을 망치고 고통스러워했듯 인간사는 참 어렵다.

2대8의 법칙으로 알려진 파레토법칙이나, 경험적 통계로 밝혀낸 지프의 법칙(Zipf's law)이 말해주듯 세상사는 대부분 멱함수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소수가 대부분을 독식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동학 개미 운동이라 라 일컬어졌던 주식투자의 광풍 속에서도 그 이익의 대부분은 소수가 독식했을 것이고, 그 와중에 거덜 난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합리화하는 존재이다.'라는 말이 있다. 합리성보다는 오히려 감정과 욕망에 의해 행동한 후에, 자신이 저지른 지난 일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며 멋지게 포장하는데 능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올는지도 모를 버블의 끝에서 어떤 후회와 핑계로 과거를 떠올릴지 궁금하다. 세상에 갑과 을이 같이 뛰는 운동장은 없다. 그들은 서로 다른 운동장에서 뛰며, 갑은 갑끼리 을은 을과 경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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