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수업이 아니라 즐겁게 하는 수업을 해 주세요. 재수강입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신청했습니다. 교양 과목이니 진도분량을 적당히 해 주세요.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세요. 실사례를 많이 들어 주세요. 특허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요.

점수 짜게 주지 말아주세요.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어서요. 공학인증 과목이라 듣게 되었습니다. 학점 맞추다 보니 필요해서요. 졸업 후 사업하고 싶은데 필요해서요. 졸리지 않게 해주세요. 시험문제 쉽게 내주세요. 선배님 추천에 의해서요.

시간이 맞는 과목이 없어서요. 출석을 조금만 늦게 불러주세요. 친구가 듣는다고 해서요. 문과생이라 걱정이 많이 되네요. 다양한 수업을 듣고 싶었습니다. 고학년이나 재수강 학생에게 특혜가 없었으면 합니다. 상식위주로 수업 해주세요. 교양수준을 높이려고요.

법과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요. 일찍 끝내주세요. 나중에 손해를 안보기 위해서입니다. 취업 후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자신이 무지하다고 생각되어서요. 가끔 휴강하셔도 좋아요. 비쥬얼적인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보가 있을 것 같아서요. 변리사라는 직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목명이 재미있어 보여서요. 객관식으로 시험 보게 해주세요. 분쟁사례와 결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요즘 문제 되고 있는 인터넷 컨텐츠 관련 소송과 대처법을 알려주세요.

아무래도 전공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수강신청 하였습니다. 취업활동에 유용하다고 생각되어서요. 막연히 강좌 제목보고 신청했습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밥 먹을 시간은 주세요.

필기하느라 바쁜 수업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호기심으로 수강했습니다. 공대생인데 법에 관심이 있어서요. 시험은 두 번만 봤으면 좋겠어요. 시험 볼 때 컨닝 못하게 해 주세요. 수업을 듣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특허절차에 대해서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지적 재산권 보호가 중요시 된다고 판단해서요. 수업 내용이 맘에 들것 같아서 신청했습니다. 강의를 재미있게 해 주신다고 해서요. 초과 신청 하느라 고생했던 것이 아까워 택했습니다.

앞으로의 진로선택에 폭을 넓히고자 신청했습니다. 공학도로서 특허관련 개념을 확립하기 위해 신청했습니다..."

개강하던 날 3강좌 190여명 수강생들에게 수업을 듣게 된 동기와 수업방향에 대해 이면지에 자유롭게 써보라고 했다. 동기는 너무도 다양한데 바라는 것은 "일찍 끝내 주고, 시험문제 쉽게 내고 점수 좀 잘 주십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 입장은 똑같은 것 같다. 전공들도 다양하고 학생들도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분포돼 있으며 강좌 자체가 교양수업이라 개강하는 당일에는 한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몇 년 전부터는 수업 동기와 바램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모두 다 만족시키며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지만 수업 방향에 참고는 된다.

내 강의실에 들어온 저들을 즐겁게 수업 듣고 무엇인가 배웠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하는데,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혹 저들 중에도 수업 듣고 시험공부 해보겠다는 학생이 있을까.

98학번 학생이 1학년 때 수업 듣고 작년에 합격했다고 찾아온 적이 있다. 그 간의 고생이 눈에 선하여 여학생임에도 둘이 소주 꽤나 비웠던 기억이 있다.

진로 선택에 일조하였다는 기쁨도 있지만 고생시켰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기에 이번 학기 학생들에게는 변리사 역시 다양한 직업군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만 얘기해 줘야 될까보다.

윤의상 변리사·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