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입춘도 설 명절도 지나고 시나브로 봄은 온다. 추위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육거리종합시장 분위기도 한산한 듯하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아 가슴이 시리다. 경제도 어렵고 인구도 감소하는 등 여러 상황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큰 상처와 충격을 받고 있어 회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실의에 빠져있자니 오래전에 읽은 책장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20여 년 전에 발행한 '한국인을 말한다·The Koreans'란 마이클 브린이 지은 책이다. 온 국민이 들메끈을 고쳐매는 용기와 희망을 품기를 소망하며 읽으니 많은 힘과 교훈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 

마이클 브린은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 워싱턴타임스, 영국 가디언과 더 타임스 서울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이자 최고의 한국통 중 한 명이다. 그는 1982년부터 한국에 살기 시작했고, 이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를 기술한 책을 냈다. 우리도 잘 모르는 한국의 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이 빛나는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과 지적인 분석과 통찰로 한국 사회를 추적해온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다. 한국과 북한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외국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린이 이 책에서 "한국인은 부패, 조급성, 당파성 등 문제가 많으면서도 우수하고 훌륭한 점이 정말 많다."고 했다. 우리의 자랑인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끄럽지만 단점으로 나와 있는 것은 과감하게 쇄신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정진하여야 하겠다.

평균 IQ가 105를 넘는 유일한 나라, 일하는 시간 세계 2위, 평균 노는 시간 세계 3위인 잠 없는 나라, 유태인을 게으름뱅이로 보이게 하는 유일한 민족, 문맹률 1% 미만인 유일한 나라(프랑스의 경우 자국어를 쓰거나 읽지 못하는 국민의 수가 약 25%),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가진 나라(한글은 24개 문자로 11,000개의 소리를 표현하지만 일본은 300개, 중국은 400개에 불과),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해 세계를 경악시킨 나라(금 모으기 운동 등), 인터넷·TV·초고속 통신망이 세계에서 최고인 나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아직도 휴전 중인 나라, 여성부가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 음악 수준이 가장 빠르게 발전한 나라, 미국 여자 프로골프 상위 100명 중 30명이나 들어간 나라,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센 민족(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살해 등)…….

한국에서 법은 서양의 경우처럼 행동을 통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권위주의적 특성은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지만, 아직도 그 특성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장을 세우는 것보다는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한국 학교에서는 서양의 학교와는 달리 정보 수집과 학습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이 분석적이고 경험적인 접근 방식에 의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이론이라는 토대에서 정보라는 벽돌을 쌓아가는 훈련을 받는다. 이론이 바뀌게 되면 정보의 중요성도 그에 따라 바뀌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기억한다. 이러한 마이클 브린의 분석에 공감하며 망국적인 지역갈등과 당파성 등은 과감하게 고치고, 장점은 더욱 살려 희망찬 대한민국의 힘으로 삼아야 하겠다.

입춘 같은 절기가 체감보다 앞서 오는 것도 희망을 품고 대비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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