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납월매가, 복수초가, 광양의 매화가 피었다는 남녘 꽃소식에 이어 북쪽인 서울에도 산수유, 홍매화가 만개했다는 소식이다. 당분간 꽃샘추위 없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건강 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는 기상청의 소식을 듣는 순간 지금 내가 어떤 시대를 사는지 잠시 헷갈렸다.

‘이번이 고비이다’ ‘한계상황이다’를 겪으며 1년 넘게 세월을 보냈다. 생소했고 적응이 어려웠으며 인정하기도 싫었고 끔찍하다 못해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듣는 꽃소식은 때되면 어련히 피겠지 하던 여느 해와 다르게 만감이 교차한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따듯한 소식은 뉴스가 되지 않았다. 주로 듣기 역겨운 소음이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였는데 언론이 쏟아내는 기사대로라면 이 사회 전체가 마치 병든 것 같았다. 이는 좌우로 치우친 사람보다 중도의 사람이 더욱더 절절하게 느꼈을 감정이다.

기쁜 소식은 감추고 가리려 했을 뿐 사회 곳곳에는 매일 따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 ‘살기가 힘들다’, ‘각종 범죄가 벌어졌다’고 밤낮없이 떠들지만, 풍요만 노래하던 서민의 시대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만약 있다면 권력과 부를 꿰차고 세상을 제 손아귀에 쥔 것처럼, 법을 마음껏 부리든 사람이나 가지는 어두운 풍요가 아니던가.

지난달 26일은 코로나 백신 첫 접종이 시작된 날이다. 그날 어서 해가 지길 기다렸다. 미리 설레발을 친 편향된 언론 때문이었는데 접종의 결과가 몹시 궁금했다. 순번을 따지자면 가군 3분기에나 자격이 주어지지만, 곧 바이러스에서 벗어날 희망 같은 게 느껴져서였다. ‘순서가 오면 맞겠다’와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가 막상막하라며 각종 매체가 여론조사를 들먹거리며 불안을 조장했는데 초등학생 시절부터 단체접종에 익숙해서인지 그쯤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 접한 속보 하나, ‘포항에서 접종받은 50대 요양보호사가 접종 후에 혈압이 오르고 어지럼증을 호소해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였다. 두 번째 본 속보는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는데 그것이 코로나 백신 때문인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기사답지 못한 기사가 전부이다.

필자는 예방 접종 후 늘 이상 반응을 겪곤 했다. 지금은 BCG로 불리는 불주사를 초등학생 때 맞은 후 가장 통증이 심했고 여러 날 몸살을 앓았다. 주사 자리의 통증도 심해서 짓궂은 급우가 일부러 건드리면 외마다 소리를 지르곤 했다.

드디어 백신의 시간이다. 그간 무수히 겪은 고비와 한계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봄의 향연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계속 걸어야 하는가를 백신에 의존해야 한다.

정부가 K방역에 취해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백신 확보할 생각을 안 한다던 무리가 있다. 접종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80여 일이나 늦었다며 딴지를 걸더니 이제는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목을 빼며 기다린다. 막상 접종을 시작하니 생트집을 잡는 거다. 마치 나만의 정권을 빼앗긴 듯 갖은 권모술수를 쓰는데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자들, 못 먹는 감이니 찔러나 보겠다는 심산인가.

바이러스 변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테고 백신을 맞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데 언제까지 불안 속에 자신을 가둘 것인가. 백신을 맞아야 몸 안에 항체가 생겨서 감염을 막아줄 수도 있고 설령 접종 후 이상 증상이 심해져서 입원 지경에 이르더라도 예방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백신 접종 4주 후에 입원 위험이 최대 94%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상황에선 백신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불안감을 높이는 가짜뉴스가 계속된다 해도 휘둘리지 말길 바란다. 방역 당국은 현재 사망 등 중증 이상 반응 의심 사례에 대해 조사 중인데 지금까지 나온 사례 가운데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확인된 바가 없단다.

경험상 예방주사를 맞고 난 후는 언제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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