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따사로운 봄볕에 시나브로 봄이 오고 있다. 감출 수 없는 봄기운처럼 가슴 따뜻한 소식이 많았으면 한다. 겨우내 앙상하던 매화나무가 꽃눈을 탐스럽게 터뜨리는 게 경이롭다. 매화(梅花) 위로 눈이 내리면 설중매, 달 밝은 밤에 보면 월매, 향기를 강조하면 매향이란다. 머지않아 완벽한 매화를 볼 것을 생각하니, 그날 새벽에 라디오에서 들은 '건강 365'가 생각난다. '변비'에 대하여 대담이 끝난 후, 건강 책 정보가 이어졌다. 심리전문가인 이동귀 교수 외 2인이 지은 《네 명의 완벽주의자》에 관한 북 칼럼니스트의 말씀을 들으니 마치 필자의 이야기 같아 감명 깊었다.

완벽주의는 말 그대로 완벽하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더욱더 크고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심리적 경향성을 가리킨다. 과유불급(過猶不及)처럼 만사가 그렇듯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만족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책하고 한없이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공황장애나 불안, 우울증 등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완벽주의는 바람직할까? 현실적으로 만족할만한 완벽함을 달성할 수 있을까?'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현실적으로 만족할 만한 완벽함을 달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동귀 교수는 20여 년간 완벽주의를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을 토대로 한국인에게 적합한 완벽주의 극복 방법을 제시한다. 눈치 백 단 인정지향형, 스릴추구 막판 스퍼트형, 방탄조끼 안정지향형, 강철멘탈 성장지향형이란 네 가지 유형을 듣고 '나는 어디에 속할까?' 아무래도 한 가지만은 아닌 듯하다.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불행한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에도 집착하고 자책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코로나19 같은 것에도 비현실적 목표를 세우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다. 행복한 완벽주의는 목표 달성 과정을 융통성 있게 조절하며 삶의 든든한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일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취미 등 삶의 영역 전반에 높은 동기를 갖도록 힘을 실어준다. 마지못해서 하는 게 아니라 열성을 다해서 높은 동기로 뛰어들어 실제로 많은 성취를 이룬다. 성공 경험이 축적될수록 매사에 더욱 자신 있게 참여한다. 

진정으로 행복한 완벽주의자는 완벽주의를 조절해야 할 때(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완벽주의적인 기준을 낮추어야 할 때)를 알고, 희망과 달리 실수를 범하거나 목표를 다 이루지 못했을 때도 긍정적으로 재해석한다. 

타인의 눈치를 보기보다 내 마음에 집중하는 인정지향형, 현실적인 시간 감각 키우기를 하는 막판스퍼트형, 신중함에 유연함을 더하기, 다른 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며 성장지향형으로 보완하자. 연을 날릴 때 강하게 연줄을 당겨야 할 때와 바람에 연을 맡기고 힘을 풀어야 할 때를 알고 실행하는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되자고 다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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